좋은시

박목월 좋은 시 먼 사람에게

무명시인M 2022. 7. 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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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 좋은 시 먼 사람에게. Source: www. pexels. com

박목월 좋은 시 먼 사람에게. 오늘도 나는 당신이 없는 거리를  팔을 저으며 걸어간다.

먼 사람에게

/박목월

팔을 저으며

당신은 거리를

걸어가리라.

먼 사람아.

 

팔을 저으며

나는 거리를

걸어간다.

먼 사람아.

 

먼 사람아.

내 팔에 어려오는

그 서운한 반원.

 

내 팔에 어려오는

슬픈 운명의

그 보라빛 무지개처럼......

 

무지개처럼

나는 팔이

소실한다.

 

손을 들어

당신을 부르리라

먼 사람아.

 

당신을

부르는

내 손끝에

일월(日月)의 순조로운 순환

아아

연한 채찍처럼

채찍이 운다.

먼 사람아 🍒

 

출처 : 박목월 시집, 박목월 시전집,민음사,2008.

 

🍎 김행숙 시인의 해설

오늘도 나는 팔을 저으며 거리를 걸어간다. 내 팔은 자동적으로 반원을 그으며 앞뒤로 흔들린다. 그런데 이 자동적인 동작에 그리움이 어리면, 그리하여 다른 곳에서 팔을 저으며 거리를 걸어갈 먼 당신을 떠올리면, 내 팔의 반원은 사랑의 반쪽을 잃은 슬픈 동선이 된다. 이제 반원은 단순히 팔의 궤적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사랑의 부재를 실감케 하는 형상이다. 나의 반원은 당신의 반원을 부른다. 먼 사람아.

 

내 팔에 어려오는/그 서운한 반원에는 반원의 결여가 보랏빛 무지개처럼, 어느새 사라지는 무지개처럼 걸쳐져 있다. 먼 사람아, 그렇게 나는 서운한 결여를 호명으로써 메우는 게 아니라 결여를 존재처럼 확인한다. 당신은 없다. 나의 팔은 당신에게 닿을 수 없다. ‘무지개처럼/나는 팔이/소실한다.’

 

팔의 반원을 넘어 당신을 부르는 내 손끝에는 연한 채찍같은, ‘울음같은 떨림이 진동하고 있다. 당신의 부재가 진동하고 있다. 해와 달의 순조로운 순환, 자연의 영원하고 완전한 원을 배경으로. 이 배경은 유한한 사랑, 결여의 통각으로 존재감을 얻는 사랑, 인간의 불완전한 사랑에 대비되는 신적인 무한함이자 완전함이다.

 

그러나 이 무한한 자연과 유한한 인간의 대조가 유한자의 슬픔을 치명적으로 키우거나 허무에 빠뜨리진 않는다. 목월 뒤에 남은 마지막 시집에 따라 말한다면 크고 부드러운 손속에서 나는 울고 있는 것이다. 목월의 연한 울음은 일상성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각되지 않는 일상을 떨리게 한다. 그리하여 일상은 문득 반짝이고 오늘도 나는 팔을 저으며 거리를 걸어간다.

출처 : 김행숙 시인·강남대 교수, 언론기고문(2008)에서 발췌.

 

🍎 정지용 시인의 박목월 평가

 

🌹문장지 제1회 추천의 글

朴木月.

등을 서로 대고 돌아 앉어 눈물 없이 울고 싶은 릴리스트(사실주의 문학가)를 처음 맞나뵈입니다그려. 어쩌자고 이 험악한 세상에 애린측측한 릴리시즘(사실주의 문학)을 타고나셨으니까! 모름지기 시인은 강하야 합니다. 조총(鳥籠) 안에 서도 쪼그리고 견딜 만한 그러한 사자처럼 약하야 하지요. 다음에는 내가 당신을 몽둥이로 후려갈기리라.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기 위하야 얼마나 약한지를 추대하기 위하야!

출처 : 길처럼,그것은 年輪이다1회 추천되었을 때, 정지용,文章1권 제819399월호.

 

🌹문장지 제2회 추천의 글

朴木月君.

민요에 떠러지기 쉬울 시가 시의 지위에서 전락되지 않었읍니다. 근대시가 <노래하는 정신>을 상실치 아니하면 朴君의 서정시를 얻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충분히 묘사적이고 색채적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에서는 경상도 사투리도 보류할 필요가 있는 것이나 朴君의 서정시가 제련되기 전의 石金과 같어서 돌이 금보다 많었읍니다. 옥의 티와 미인의 이마에 사마귀 한낯이야 버리기 아까운 점은 있겠으나 서정시에서 말 한개 밉게 놓이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외다. 朴君의 시 수편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겨우 이 한편이 나가게 된 것이외다.

출처 : 산그늘2회 추천될 때, 정지용,文章1권 제11193912월호.

 

🌹문장지 제3회 추천의 글

朴木月君.

金素月이 있었거니 朴木月이 날 만하다. 素月의 툭툭 불거지는 삭주 구성조(朔州 龜城調)는 지금 읽어도 좋더니 木月이 못지 않이 아기자기 섬세한 맛이 좋다. 민요풍에서 시에 진전하기까지 木月의 고심이 더 크다. 素月이 천재적이요 독창적이었던 것이 신경 감각 묘사까지 미치기에는 너무도 <민요>에 종시하고 말었더니 木月이 요적(謠的) 데쌍 연습에서 시까지의 콤포지슌에는 요(謠)가 머뭇거리고 있다. 요적 수사(謠的 修辭)를 다분히 정리하고 나면 木月가 바로 조선시다.

출처 : 가을 어스름,연륜으로 3회 추천 완료되어 문단에 데뷔할 때, 정지용,文章2권 제7194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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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을 저으며

나는 거리를

걸어간다.

먼 사람아.

 

먼 사람아.

내 팔에 어려오는

그 서운한 반원.

 

손을 들어

당신을 부르리라

먼 사람아.

 

당신을

부르는

내 손끝에

일월의 순조로운 순환

아아

연한 채찍처럼

채찍이 운다.

먼 사람아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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