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좋은 시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처음으로 독자들의 인기를 끌게 만든 유명한 작품.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나태주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외롭고 슬프다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
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지혜, 2020.
🍎 해설
사람에게 상처 주는 모진 말을 하고 후회하는 그런 상황은 누구나 흔히 겪는 일이다.
사랑하는 마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사는 상황 또한 누구나 많이 겪는 일이다.
우리는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살고 있다.
이 시는 독자들의 인기를 처음으로 끌게 만든 작품이다. 발표시기는 1984년. 지금 읽어 봐도 가슴에 와 닿는 시다.
🌹 나태주 시인의 자작시 해설
문학성장보다는 교직성장에 힘쓰며 산 결과, 초등학교 교감 시험 준비를 하던 해의 작품입니다.
그해에 나는 여섯 번이나 시험을 치렀습니다. 통신대학 1·2학기 시험, 통신대학 졸업시험, 초등학교 교감시험, 교육대학원 시험 두 차례. 책상 위에 새로운 책들이 쉴 새 없이 번갈아 오르내려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그해에는 오른쪽 신장에 결석이 생겨 그걸 수술하는 개복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러했지만 숨이 턱턱 닿는 날들이었습니다.
아내는 그 중에 몇 개는 내려놓아야 한다 말했지만 그것은 하나도 내려놓을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잡을 수 없는 것들이어서 그러했습니다.
그런 날들의 갈피에 쓰여진 시가 바로 위의 시입니다. 시의 내용은 매우 평이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배경은 매우 힘겨운 데가 있는 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이 시는 나의 시 가운데 최초로 대중들이 좋아하는 시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란에 이름을 써 넣으면 제일 많은 검색 수가 나오는 나의 시 가운데 한 편입니다.
❄출처 : 나태주 시인의 언론 기고문(2018년)에서 발췌.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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