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시

릴케 명시 가을날

무명시인M 2021. 9. 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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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명시 가을날. Photo Source: www.unsplash. com

릴케 명시 가을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을시다.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긴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판에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막바지의 열매들을 영글게 하시고,
하루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베푸시어,
영근 포도송이가 더 온전하게 무르익게 하시고,
짙은 포도주 속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해주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내일날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낙엽이 떨어져 뒹굴면,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 해설
가을의 기도로 유명한 김현승 시인은 가을은 "릴케의 시와 자신에 입 맞추는 시간"이라고 썼다. ‘가을’을 노래한 시 가운데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시다. 자신의 모든 것들을 온전히 내려놓고 겸허하게 돌아보는 마음을 기도문 형식으로 표현한 시다. 마치 신과 대화하는 듯하다. 이 시를 읽고 자기 자신을 겸허하게 내려 놓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명시다.
 
마지막 3연에서는 포도송이와 같이 더불어 성숙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 불안을 느끼며 방황하고 고독 속에 빠진다. 인간의 치열한 고뇌와 고독, 비통함을 노래한다.
 
릴케는 프란츠 카푸스라는 문학청년에게 보낸 편지에서 "친애하는 카푸스 씨, 당신의 고독을 사랑하고 고독이 만들어 내는 고통을 당신의 아름답게 울리는 비탄으로 견디도록 하세요."라고 썼다. 여기에 이 시의 철학과 해답이 담겨 있다.
 
🌹영어 번역문
Autumn Day
/Rainer Maria Rilke
 
Lord: it is time. The summer was immense.
Lay your shadow on the sundials
and let loose the wind in the fields.
 
Bid the last fruits to be full;
give them another two more southerly days,
press them to ripeness, and chase
the last sweetness into the heavy wine.
 
Whoever has no house now will not build one
anymore.
Whoever is alone now will remain so for a long
time,
will stay up, read, write long letters,
and wander the avenues, up and down,
restlessly, while the leaves are blowing.
 
- Translated by Galway Kinnell and Hannah Liebmann,
"The Essential Rilke" (Ecco).
* 독일어 원문은 '1902년 파리에서'로 되어 있다. 생각하는 사나이의 조각가 로댕의 비서로 일하게 되면서 쓴 시로 추정된다.
 
🌹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이너 마리아 릴케(독일어: Rainer Maria Rilke, 1875년 ~ 1926년)는 오스트리아의 시인이자 작가이다. 20세기 최고의 독일어권 시인 중 한 명이다. 한국인들이 아주 좋아하는 외국 시인이다.
 
1902년, 파리로 건너가 조각가 로댕의 비서가 되었는데, 그는 로댕의 이념인 모든 사물을 깊이 관찰하고 규명하는 능력을 길렀다. 그래서인지 그의 시에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깊이 관찰하는 시가 많다.
 
수 많은 시 작품 외에 1909년, 시대의 불안과 고독, 인간의 발전을 아름답게 서술한 일기체의 단 한편의 장편소설 《말테의 수기》를 발표하였다.
 
릴케는 수많은 사람들과 편지로 교류를 하였다. 남긴 명편지가 7,000통이나 된다. 당시 삶과 예술, 고독, 사랑 등의 문제로 고뇌하던 젊은 청년 프란츠 카푸스에게 보낸 열 통의 편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독일은 물론 미국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인의 죽음에는 전설이 있다. 시인은 자신을 찾아 온 여인에게 장미꽃을 꺾어 주려다 장미가시에 찔린 것이 화근이 되어 향년 51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의 묘비명에 그는 자작시를 남겼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겹겹이 싸인 눈꺼풀들 속
익명의 잠이고 싶어라.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하루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베푸시어,
영근 포도송이가 더 온전하게 무르익게 해주소서.
 
지금 고독한 사람은 내일날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 참고 음악: 가을앓이
https://youtu.be/Ros5e4Uexp8?si=3sUc-MoSZ6hjWflx

Photo Source: www.unsplash.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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