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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철 좋은 시 박꽃. 박꽃은 왜 밤에 필까.
박꽃
/신대철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 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 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출처 : 신대철, 박꽃, 무인도를 위하여, 문학과지성사, 1998.
🍎 해설
박꽃은 밤에 핀다고들 한다. 시인에 의하면 박꽃이 밤에 피는 이유가 있다. 아귀다툼의 낮이 새 생명 탄생의 시간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시인은 주장한다. 낮에는 벌떼같은 사람들, 침, 뜬소문, 담비들의 온갖 소리에 물소리는 묻혀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밤이 되면 이런 이전투구의 소리들이 사라지고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리는 시간이다.
그래서 박꽃은 밤에 핀다.
시인의 노래는 자연으로 돌아가라 또는 친환경주의자의 노래가 아니다.
사람들은 밤에 피는 박꽃같은 자연과 순박함을 잃고 물질문명의 풍요를 얻은 대신에 무한경쟁과 이전투구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삶의 모습, 자신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시인은 그걸 환기시키고 있다.
진정한 자기 삶의 주인이 자신이 되는 그런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기를 시인은 아름다운 시적 에스프리로 노래하고 있다. 쉽고 간결한 시어와 시적 운률이 좋은 시다.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 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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