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 좋은 시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1980년대 중반에 발표된 유명한 시다.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삼십도
영하 이십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오도 영상 십삼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 주: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임의로 연 구분을 했음.
❄출처 : 황지우,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시집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민음사, 1985
🍎 해설
겨울나무는 영하 삼십도 온도에서 무방비 나목으로 서서 버티어 낸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가 된다.
자연이나 인간이나 저 마다의 역사에는 저 마다의 겨울과 시련이 있다. 무방비의 상태에 서서 저마다의 생명력으로 막 밀고 헤쳐 나가야 한다. 세상에서 생명력의 의지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여러분, 코로나 19 장기화로 힘드시지요. 이 시를 읽으면서 여러분에게 닥친 삶의 어려움이나 시련을 ‘겨울-나무로부터 봄’의 의지로 극복하십시오. 그래야 ‘-나무에로’ 즉 진정한 ‘당신에로’가 됩니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삼십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문득, 푸른 잎이 되고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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