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문태준 좋은 시 맨발

무명시인M 2021. 7. 17.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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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좋은 시 맨발.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문태준 좋은 시 맨발. 새롭고 아름다운 서정시다.

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 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출처 : 문태준, 맨발, 맨발 문태준 시집, 창비, 2004.

 

🍎 해설

우리 아버지 세대 가장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고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 그는 펄과 물속에 담겨있어 부르튼 개조개의 맨발을 내밀어 양식을 벌었다. 개조개 가장은 좋으나 싫으나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늘 맨발로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다. 새로운 해가 뜨면 가장은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선다.

 

시인은 아버지 세대 가장들에게 동정과 연민의 정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시인은 그들과 한 몸, 한 마음이 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절실한 시어들이 나올 수가 없다. 시인은 가장이 집에 돌아오면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캄캄한 울음도 멎었으리라고 결론을 내린다. 시인은 그 울음이 다시 와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름다운 시적 에스프리로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역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보내고 있다. 비록 당신이 현재에는 가난하거나 역경에 처해 있더라도 당신은 개조개가 부르튼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서서 그것을 해결했듯이 당신은 그걸 극복할 것이라고 조용히 격려하고 있다.

 

나아가 시인은 우리 모두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맨발은 가난한 옛날의 가장만이 가진 게 아니다. 현대인은 하루하루를 맨발로 고단하게 살아간다. 이 시는 우리에게 인간의 삶의 모습을 겸허하게 되돌아 보도록 하고 있다. 새롭고 아름다운 서정시다.

 

펄과 물 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움막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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