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 좋은 시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다이너믹한 사랑시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출처 :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문학과지성사, 2007.
🍎 해설
그대가 내 안으로 들어와서 꽃을 피운다. 그대가 떨리고 뜨거운 만큼, 나 역시 떨리고 뜨겁다. 활짝 핀 내 몸속으로 들어온 것은 한 마리 꽃벌 같은 당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라고 묻는다.
절절한 사랑을 하고 있기에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었어도 그대의 사랑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사랑의 본질인지도 모른다.
여러분, 여러분의 몸속에 지금 잠든 이는 누구신가요?
🌹내 시는 이렇게 탄생된다/김선우
“저는 일단 온몸으로 반응을 한 다음에야 시가 나오는 것 같아요. 죽을 것처럼 행복해, 이렇게 경험한 다음에 그 느낌이 몸의 어딘가에 씨앗을 내려서, 천천히 발아되는 것 같아요. 정말 분노해서, 철철 울고 난 다음에야 어떤 것이 몸의 밭에 씨앗이 떨어져서 그것이 시로 발아되는 것 같아요. 온몸으로 행복했거나, 슬퍼했거나 울었거나 정말 좋았거나. 이런 시간성이 몸의 경험으로 지나간 다음이어야 그것이 시의 씨앗이 되는, 그런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 김선우 시인 언론 인터뷰에서 발췌.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태준 좋은 시 맨발 (0) | 2021.07.17 |
---|---|
손택수 좋은 시 방심 (0) | 2021.07.15 |
나희덕 좋은 시 귀뚜라미 (0) | 2021.07.13 |
장정일 좋은 시 사철나무 그늘 아래 쉴 때는 (0) | 2021.07.11 |
문정희 좋은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 (0) | 2021.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