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좋은 시 귀뚜라미

나희덕 좋은 시 귀뚜라미.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나희덕 좋은 시 귀뚜라미.우리 삶을 성찰해 보게 하는 아름다운 시다. 쉽고 간결하다.

귀뚜라미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가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

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출처 : 나희덕, 귀뚜라미, 그 말이 입을 물들였다, 창작과비평사, 1994.

 

🍎 해설

지금은 매미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여름이다.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귀뚜라미 소리는 매미 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는다.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나 여기 살아 있다는 타전 소리를 간신히 낼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귀뚜라미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가을이 오면 자신의 목소리가 비통한 울음이 아닌 노래가 되어 다른 이의 가슴에 가 닿기를 희망한다. 그 가을을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묵묵히 준비하고 있다.

 

여러분, 지금 매미 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여름입니다. 지금 지하도 콘크리트 벽 속처럼 답답하고 어려운 현실에 있더라도 누군가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는 가을 노래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풀잎 하나 없는 콘크리트벽 틈 속의 귀뚜라미들이 있기에 상생과 화합의 세상이 가능합니다.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

 

매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 오면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

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

Photo Source; www. pixabay.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