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손택수 좋은 시 방심

무명시인M 2021. 7. 15. 15:06
728x90
반응형

손택수 좋은 시 방심.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손택수 좋은 시 방심. 마음문의  빗장을 풀고 잠시 방심하라.

방심

/손택수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 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 버렸다

 

집이 잠시 어안이 벙벙

그야말로 무방비로

앞뒤로 뻥

뚫려 버린 순간,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사립문을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어 젖히고

 

출처 : 손택수, 방심, 목련 전차, 창작과비평사, 2006.

 

🍎 해설

양쪽으로 탁 트인 시원한 대청마루에 시인이 누워 있다. 앞뒤 문을 모두 열어 놓았다. 그때 제비 한 마리 날쌔게 얼굴 위로 지나간다. 정말 어안이 벙벙하다.

그 때 시인은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사립문을 빠져 나가는 걸 봤다. 동시에 자신의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이 모두 확 열어 젖혀지는 것이 느껴졌다.

 

현대인은 너무 마음문의 빗장을 걸고 산다. 우선 방심이 필요하다. 방심은 경계를 풀고 마음을 내려 놓는 일이지만 마음을 여는 일이기도 하다.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열어 놓으면 그 열린 마음속으로 타인들의 애환이 들어 온다.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보이고 진정한 소통이 되기 시작한다. 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문의 빗장을 풀어라. 한 시간만이라도 방심하라.

 

🌹 손택수 시인은

손택수 시인은 스무 살 무렵 안마시술소에서 구두닦이를 할 때 안마시술소 맹인들에게 시를 읽어주면서 시를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시영 시인의 평

"손택수 시인은 송곳니로 삶을 꽉 물고 놓지 않는, '고향의 기억'을 잊지 않는 오랜만의 생동하는 민중서사적 시인이다.

 

문태준 시인의 평

"나는 손택수 시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역린(逆鱗)'을 생각한다. 물고기 비늘 중엔 거꾸로 박힌 비늘이 하나씩은 꼭 있다고 하는데, ‘유영의 반대쪽을 향하여 날을 세우는 비늘인 역린을 생각한다. 그의 시에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생을 펄떡이게 하는, '뽈끈 들어올려주는' 힘이 있다.“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 마리가,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 버렸다

 

제비 아랫배처럼 하얗고 서늘한 바람이 사립문을 빠져나가는 게 보였다

내 몸의 숨구멍이란 숨구멍을 모두 확 열어 젖히고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