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김수영 명시 풀

무명시인M 2021. 5. 1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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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명시 풀. Photo Source: www.pixabay.com

김수영 명시 풀. 이 블로그는 김수영의 풀을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출처 : 김수영, , 김수영 전집, 민음사, 2015.

 

🍎 해설

이 시는 그 의미를 둘러싸고 많은 문학적 정치사회학적 논쟁을 유발하였다. 이 시의 키워드는 풀과 바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풀을 가난하고 억눌려 사는 민중의 상징이고, 바람은 민중을 억누르는 지배세력의 상징으로 본다. 다른 한편 어떤 사람들은 이를 부정하고 포괄적으로 인생의 깊이와 관련된 어떠한 감동을 맛보게 하는 상징성을 강조한다. 둘 다 그런 해석이 나올만 하다.

 

처음에는 바람에 의하여 풀이 누웠다가 일어나지만, 나중에는 바람보다 먼저 풀이 누웠다가 일어난다. 어두운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노래한 것이라고 일단 말할 수 있다. 김수영 시인은 전위적 모더니즘으로, 4·19 혁명 이후에는 참여시로 한국 현대시의 지평을 넓혔다.

 

🌹평론가 김현의 평가

평론가 김현은 그를 "1930년대 이후 서정주·박목월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재래적 서정의 틀과 김춘수 등에서 보이던 내면의식 추구의 경향에서 벗어나 시의 난삽성을 깊이 있게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던 공로자"라고 평가한다.

정현종 시인은 이 풀이란 시에서 어둠 속에 자신을 열어놓고 흔들리고 있는 풀잎의 부드러운 힘 그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평했다.

 

🌹이어령 교수도 인정한 김수영의 시 정신

1968, 김수영과 이어령의 유명한 논쟁이 있었다. 이어령은 조선일보에 오늘의 한국문화를 위협하는 것이란 기고문을 통해 참여론의 확대를 우려하면서 그것이 문화를 정치활동의 예속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수영은 1주일 뒤 같은 신문에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라는 글을 기고해 모든 전위문학은 불온하다,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불온문학을 발표하는게 정상사회다.”라는 주장을 폈다.

그로부터 40여년 후, 이어령은 김수영 시인은 정치이념을 구호화하지 않았고 뻔한 알레고리(풍자)에서 벗어 났다. 그는 이 시 풀에서 무한한 변화가 잠재된 초원의 시학을 성공적으로 창조하였다.”고 평했다.

 

김수영(1921~1968)시인이 어느 날 인도로 뛰어든 좌석버스에 치여 47세의 나이에 별세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Photo Source: www.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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