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명시 꽃.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출처 : 김춘수, 꽃, 시집 꽃,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 해설
나태주 시인이 부상하기 전에는 한때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1위를 석권했던 시다. 김춘수 시인의 여러 시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유독 이 꽃이라는 시를 좋아했다. 한 작품만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 시가 간결하면서도 서정적이고 그러면서도 뭔가 철학이 있는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사람 저 사람과의 관계성 안에서의 외로움과 고달픔을 많이 느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계성 안에서 꽃피우는 그 무언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세계를 마음 속으로 갈구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에서처럼 존재의 의미는 서로 소통하고 의미를 부여했을 때 생성된다. 다시 말하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마지막 연인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에서처럼 상호 관계를 맺었을 때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 이러한 관계성 안에서만이 모든 것들이 가치가 있고 의미를 지닌다고 시인은 노래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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