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환 명시 깃발. 이 블로그는 유치환 시인의 깃발을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로 선정하였다.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출처 : 유치환, 깃발, 깃발 유치환 시집, 자유문학사, 1987.
🍎 해설
1960~1980년대 고등학교 교과서에 붙박이처럼 실려 있던 시다. 고교생들은 우선 푸른 바다를 향해 나부끼는 한 폭의 깃발을 만나게 된다. 간결하면서도 애수가 느껴지지만 뭔가 역동적인 추억으로 남게 된다. 쉽게 암송이 된다.
이 시는 인간이 이상세계(푸른 해원)를 끝없이 동경하지만 도달할 수 없다는 좌절감과 애수를 노래하고 있다.깃발은 영원한 이상세계로 향하는 향수의 상징이다.
깃발은 소리 없는 아우성도 되고 노스탈쟈의 손수건도 된다. 그러나 그러한 동경과 향수와 순정이 ‘이념의 푯대 끝에’서 백로처럼 날개를 펴는 애수로 화할 때, 그 이상향에 대한 동경이 의지로 발전하다가 결국 좌절의 비애로 귀결된다.
그렇지만 이 시는 이상향에 대한 동경과 의지가 비애와 좌절로 귀결되면서도 생명에 대한 연민과 강한 애착 같은 것을 보여줌으로써 역동적인 감동을 주고 있다.
🌹김말봉 그네, 서정주 추천사, 유치환 깃발
김말봉 작가는 이상세계로 향해 우선 하늘로 날라보라고 권고한다. 그러면 사바(이 세상)가 내 발 아래다라고 노래한다. 행동이 먼저다.
서정주 시인은 추천사(춘향의 말)에서 인간의 근원적인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향단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향단아’에서 보는 것처럼 이상향으로 나아가려는 의지와 노력을 반복적으로 노래한다.
그렇다면 유치환은 좌절과 허무주의에 그치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시인은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이라는 마지막 물음을 통해 좌절을 딛고 항상 다시 일어서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강한 애착을 노래하고 있다. 이게 솔직한 인간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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