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백석 명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무명시인M 2021. 3. 2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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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명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Photo Source: www.unsplash.com

백석 명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이 블로그는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출처: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시전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매직하우스, 2019.

 

🍎 해설

사각사각 눈 내리는 겨울날에 더욱 그리워지는 서정시인 백석의 시다. 현실을 초월한 이상, 사랑에 대한 의지, 그리고 소망을 노래한 시다.

이 시는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고 싶은 시인의 연애편지다. 어느날 밤 눈은 내리고 연인이 있는 곳에도 연인과 함께 가고 싶은 곳에도 눈이 푹푹 내릴 때 한 시인이 사랑을 노래한다.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눈과 결합해 순수한 이미지를 형성한다. 이 시에는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과 인간 모두의 마음속에 근원적으로 내재해 있는 사랑에의 환상적인 꿈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오늘날에도 매우 우수한 서정시로 평가받고 있다. 뮤지컬로도 공연되었다.

 

🌹 누가 나타샤인가

 

상당히 다양한 여성들이 자기가 이 시의 주인공인 '나타샤'라고 주장했다. 시인은 러시아 여성들의 가장 흔한 이름인 나타샤를 사용했을 뿐 누가 나타샤인지는 그에게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나타샤가 실존인물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타샤는 옛 대원각 주인 김영한(1916~1999)이다. 열여섯에 기생이 됐다. 백석과 김영한은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백석 부모의 반대로 헤어져야 했다. 백석을 평생 그리워하며 남쪽에서 살아가야 했던 나타샤는 사업가이자 자산가로 성장한다. 당대 최고의 요정으로 손꼽혔던 대원각을 만들어 엄청난 재산을 모았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연인이 더 이상 경제적인 문제에 시달리지 않고 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돈을 모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말년에 자신의 재산을 법정스님에게 기탁해 사찰을 짓게 한다. 바로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이다. 한때, 기부한 재산이 아깝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1000억원 재산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고 대답하였다.

 

🌹 안도현과 백석

 

안도현 시인은 백석 시를 베끼기 위해 시를 써왔다고 말한다. 안도현 시인의 백석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2014, 백석 평전을 저술 출간한 바도 있다.

안도현 시인 외에도 백석 시인을 아깝게 생각하는 문학인들이 많다. 백석이 남한에 남아 있었다면 한국 시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그만큼 서정성과 시적 에스프리가 풍부한 시인이었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Photo Source: www.pixabay.com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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