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삼 명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이 블로그는 김종삼 시인의 이 시를 '명에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하였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출처: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 신작시집, 민음사, 1982.
🍎 해설
김종삼은 시인이다. 그것도 보통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 시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은 시인이 못 된다고 느닷없이 화두를 꺼낸다.
그는 시에 대해서 다 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들먹거리지도, 잘난 척 교만에 빠져 있지도 않았다. 김종삼 시인은 부족하고 잘 모르는 자신보다 더 훌륭하고 빛나는 진짜 시인들이 있다고 말한다. 그걸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걷고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깨달았다고 말한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지만 순하고 명랑한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에 그리고 남대문 시장 안에 허다하게 많지만 하나같이 고귀한 저 사람들.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이야말로 진짜 시인이라고 찬탄한다.
여러분, 코로나19로 모두 어려우시죠. 그러나 여러분은 김종삼 시인이 얘기한 것처럼 진정 이 세상의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입니다. 여러분은 이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어 이렇게 시 한편을 읽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엄청난 고생속에서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고 슬기롭게 사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저 겸허한 김종삼 시인의 진정한 격려처럼 여러분 모두 자기 자신을 아끼며 자긍심 속에서 오늘 하루도 보람있게 보내세요!
엄청난 고생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는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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