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산은 장석남 좋은 시.
장석남 시 나의 유산은. 단절과 소외와 갈등이 심한 요즈음, 시의적절한 시다.
나의 유산은
/장석남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장마 큰물이 덮었다가 이내 지쳐서는 다시 내보여주는,
은근히 세운 무릎 상부같이 드러나는
검은 징검돌 같은 걸로 하고 싶어
지금은,
불어난 물길을 먹먹히 바라보듯
섭섭함의 시간이지만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꽃처럼 옮겨가는 목숨들의
발 밑의 묵묵한 목숨
과도한 성냄이나 기쁨이 마셨더라도
이내 일고여덟 형제들 새까만 정수리처럼 솟아나와
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징검돌의 은은한 부동(不動)
나의 유산은
❄출처: 장석남, 나의 유산은,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문학동네,
🍎 해설
이 시의 핵심 메시지는 징검돌의 은은한 부동(不動)인 징검다리다. 징검다리는 오가는 사람들에게 묵묵히 자신을 내어주는 배려와 희생의 상징이다. 한편으로는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 단절을 극복하는 소통을 상징한다.
물질만능의 세태가 팽배한 요즘 배려와 소통이라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되돌아 보자는 경구를 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Untact)의 영역과 온라인, 온택트(Ontact)의 영역이 엄청나게 늘어남에 따라 디지털 격차(정보화 격차)와 같은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지역별 차이가 커서 이로 인한 계층간 격차와 소외와 갈등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이 시가 주는 호소력 또한 크다. 어려움을 함께 건너고 성공으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는 삶의 자세. 그리고 무엇보다도 징검다리와 같은 소통이 절실히 필요하다.
장석남 시인은 인천 덕적도가 고향이다. 그는 외로운 섬에서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살았다. 그는 신서정파 시인으로 불린다. 그는 매혹적인 시적 에스프리와 섬세하고 풍부한 감성을 가졌다. 그는 삶을 지탱해 주는 맑은 그리고 때로는 고독하고 슬픈 심성의 결을 서정적 상징을 통해서 응축된 시어로 시를 창조해 낸다. 그는 아직 50대이다. 그에게 거는 팬들의 기대가 자못 크다.
내 유산으로는
징검다리 같은 것으로 하고 싶어
모두들 건네주고 건네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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