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좋은 시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라는 희망의 백신이 필요한 때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김승희
가장 낮은 곳에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그래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목숨을 끊지 말고 살아야 한다고
천사 같은 김종삼, 박재삼,
그런 착한 마음을 버려선 못쓴다고
부도가 나서 길거리로 쫓겨나고
인기 여배우가 골방에서 목을 매고
뇌출혈로 쓰러져
말 한 마디 못 해도 가족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
중환자실 환자 옆에서도
힘을 내어 웃으며 살아가는 가족들의 마음속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 그래도
그 가장 아름다운 것 속에
더 아름다운 피 묻은 이름,
그 가장 서러운 것 속에 더 타오르는 찬란한 꿈
누구나 다 그런 섬에 살면서도
세상의 어느 지도에도 알려지지 않은 섬,
그래서 더 신비한 섬,
그래서 더 가꾸고 싶은 섬, 그래도
그대 가슴속의 따스한 미소와 장밋빛 체온
이글이글 사랑에 눈이 부신 영광의 함성
그래도라는 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출처: 김승희,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마음산책, 2007.
🍎 해설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 때 우리는 가장 낮은 곳, 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 사는 그래도에 기댄다. 절망 끝에 선 사람들조차 마음의 징검다리 그래도를 놓는 걸 잊지 않는다. 서로 손만 놓지 않는다면 강을 다 건너 근심 걱정 없는 평화의 섬에 도착할 것이다.
지금 코로나19로 누구나 너무 지쳤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래도’라는 희망의 백신이다. 함께 희망을 갖고 새봄을 맞이하자.
가장 낮은 곳에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
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뜨리지 않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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