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명시 수선화에게.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을 능가하는 시어가 이 시에서 탄생했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출처: 정호승, 수선화에게,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2011.
🍎 해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이 시는 첫 행에서 승부가 났다. 나머지 행들은 이 첫 행에 대한 보충설명이라고 볼 수 있다.
인생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인내다. 외로움을 견뎌내라. 희망은 반드시 고통과 외로움 속에서 탄생한다.
🌹 수선화에게를 쓴 시인의 동기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이다. 죽음 없는 삶이 없듯이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수선화를 보면 연약한 꽃잎이 연약한 인간의 외로움의 빛깔 같다.
고통이 없는 인생은 없다. 우리가 견디지 못하면 아무 곳에도 쓰일 수 없다. 견딤이 바로 쓰임을 낳는 것이다.”
" 시의 제목을 왜 '수선화에게'라고 지었는가? 수선화가 상징하는 '나르시시즘'과 관련한 신화적인 의미가 아니라 외로워서 너무 외로워서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 물가를 떠나지 못하는 수선화를 표현했다.“
-정호승 시인의 언론 인터뷰중에서 발췌.
🌹김제동과의 대화
▶김제동
제가 선생님 시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수선화에게’였어요.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말, 산 그림자도 외롭다는 말. 전 촌에 살면서 산그림자가 마당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매일 봤는데 특별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전율이 느껴졌죠. 전 지금도 항상 그 구절이 맴돌아요. 한편으론 그 구절들이 고마웠어요. 아직 내게 문학소년 같은 감성이 남아 있구나 느껴져서 제 스스로가 대견스러웠거든요.
▶정호승
그 시는 50대 초반에 썼어요. 당시에 제 친구 하나가 저를 붙잡고 외롭다고 하더군요. 집사람이나 자식, 친구, 직장에서도.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그건 당연한 거라고. 외로움이 인간의 본질인데 괴로워하면 곤란하다고. 인간이기 때문에 외롭고, 외로우니까 사람이라고. 그런데 그 말 한마디가 결국 나 자신에게 한 말처럼 느껴지더군요. 그 말 때문에 그 시를 쓰게 됐죠. 결혼한다고 해서 외로움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에요. 새로운 외로움이 시작되죠. 당연히 견뎌야 하는 것이고요.
- 김제동의 똑똑똑에서 발췌.
🌹 김용택 시인의 ‘수선화에게’에 대한 감상문
운동장 가 벚나무 끝에 새가 한 마리 앉아 있다. 지지 않은 나뭇잎인가 했는데, 책을 보다 궁금해서 다시 보니 움직인다.
새다. 새가 나뭇잎처럼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외로움의 끝, 그 절정에서 잠깐 움직인 것이다.
산그늘이 강을 건넌다. 외롭다. 나도 집에 가야겠다.
- 김용택 시인의 언론 기고문에서 발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알림 1
이 블로그에서는 이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카테고리)로 선정한다. 생존 시인중 세 번째이다. 정호승 시인은 등단후 50년 동안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시를 많이 써 왔다. 그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 생존 시인으로서 김소월, 서정주, 김영랑, 박목월 시인과 같은 반열에 선다는 것은 큰 영광일 것이다.다만, 이 블로그가 출범한지 일천하므로 방문자들이 찾기 쉽게 당분간 좋은 시 카테고리에 수록한다. 추후 이 블로그가 좀 유명해지면 이 시를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로 옮길 예정이다.
♻ 알림 2
이 블로그에서는 정호승 시인의 명시 다음 두 편중 한 편을 더 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블로그의 카테고리)로 선정할 예정이다. 두 시중 어느 시가 좋을지,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기대한다.(댓글)
1.산산조각
2.풍경 달다
1973년, 경희대 언덕길에서 경희대 황순원(소설가) 교수와 제자 정호승 시인. 정호승 시인은 배우 정준호씨와 닮은 미남이다. 정호승 시인에게 이 블로그의 '명예의 전당 헌액' 시인으로 선정되신데 대해 축하를 드린다.
양희은 선배의 노래이므로 일단 가창력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정호승 시, 이지상 곡, 양희은 노래. 출처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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