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 1232

윤효 봄 편지

윤효 봄 편지. 은은한 사랑의 서정성. 짧은 시.봄 편지/윤효물푸레 이파리 한 잎 동봉합니다.사발에 띄워 머리맡에 두시기 바랍니다.그대 그리워하는 마음 아직도 그 물빛입니다.푸르스레 번져가는 그 물빛입니다. 🍒 ❄출처 : 윤효 시집, 『햇살방석』, 시학. 2008. 🍎 해설윤효 시인은 짧은 시의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짧지만 긴 여운, 의표를 찌르는 해학과 통찰의 시편들은 인터넷 시대에 시가 어떻게 사람들의 가슴에 스밀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문학적 소통의 시금석이자 내비게이션이다. 재치문답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시 언어의 경제성과 삶을 관통하는 통찰이 짧은 시에 서정적으로 압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은은한 서정을 느낀다. 그대 그리워 하는 마음이 아직도 그 물푸레나무 잎의 물빛이라는 표현..

짧은 시 2025.04.23

함민복 그림자

함민복 그림자.고통에 시달리는 현대인에 대한 따뜻한 연민과 배려그림자/함민복금방 시드는 꽃 그림자만이라도 색깔 있었으면 좋겠다.어머니 허리 휜 그림자 우두둑 펼쳐졌으면 좋겠다.찬 육교에 엎드린 걸인의 그림자 따뜻했으면 좋겠다.마음엔 평평한 세상이 와그림자 없었으면 좋겠다. 🍒 ❄출처 : 함민복 시집, 『말랑말랑한 힘』, 문학세계사, 2005. 🍎 해설이 시는 자신의 ‘그림자’를 하나씩 안고 살아가고 있는 지상의 모든 존재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어 고통 없는 세상이 펼쳐질 것을 염원하는 열망을 담고 있다. 그림자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가 지니기 마련인 분신이다. 밝음과 대비되는 어둠을 내포하며, 모든 존재가 지니는 아픔과 상처 같은 것을 상징한다. ‘시들어 떨어지는 꽃’, ‘허리가 휜 어머니’..

좋은시 2025.04.20

함민복 만찬

함민복 만찬. 따스한 인간미가 넘치는 시.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만찬/함민복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 익은당신 마음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 ❄출처 : 함민복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항비, 1999. 🍎 해설누군가를 아끼는 마음에서 반찬을 보내 본 사람은 안다. 혼자 사는 게 안쓰러워서 반찬을 보내 본 사람은 안다, 이 시의 마지막 4연에서는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이라고 하여, 당신이 보내온 반찬을 먹으며 반찬을 보내온 당신의 마음에 감사하고 있다.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이라는 시 구절은 진한 감동이 묻어나는 명시의 한 구절이고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다. 이 시는 반찬을 보내준 당신이나 반..

좋은시 2025.04.18

송수권 며느리밥풀꽃

송수권 며느리밥풀꽃. 고전적 장엄함과 토속적 정서의 맛이 잘 어우러진 명시.며느리 밥풀꽃/송수권날씨 보러 뜰에 내려그 햇빛 너무 좋아 생각나는산부추, 개망초, 우슬꽃, 만병초, 둥근범꼬리,씬냉이, 돈나물꽃이런 풀꽃들로만 꽉 채워진소군산열도, 안마도 지나물길 백 리 저 송이섬에 갈까 그 중에서도 우리 설움뼛물까지 녹아흘러밟으면 으스러지는 꽃이 세상 끝이 와도 끝내는주저앉은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꽃울엄니 나를 잉태할 적 입덧나고 씨엄니 눈돌려 흰 쌀밥 한 숟갈 들통나살강 밑에 떨어진 밥알 두 알혀 끝에 감춘 밥알 두 알몰래몰래 울음 훔쳐먹고 그 울음도 지쳐추스림 끝에 피는 꽃며느리밥풀꽃 햇빛 기진하면은 혀 빼물고지금도 그 바위섬 그늘에 피었느니라. 🍒 ❄출처 : 송수권 시집, 『초록의감옥』, 지식을만..

좋은시 2025.04.14

박목월 불국사

박목월 불국사.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명사로만 연결 함축.불국사/박목월흰 달빛자하문 달 안개물소리 대웅전큰 보살 바람소리솔소리 범영루뜬 그림자 흐르히젖는데 흰 달빛자하문 바람소리물소리. 🍒 ❄출처 : 박목월 시집, 『산도화』, 영웅출판사. 1955. 🍎 해설흰 달빛 내리는 어느 깊은 가을 밤, 엷은 안개가 드리워진 불국사의 자하문, 범영루의 신비스런 풍경을 대웅전의 석가모니불이 은은한 미소를 띠며 내려다보고 있을 때, 토함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소나무 숲을 가로질러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무거운 적막을 깨뜨린다. 서술적 동사나 조사의 사용없이 명사와 명사로 된 행과 연의 결합을 통해서 어떤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의 함축적인 표현을 담아낸 시적 에스프리는 경이롭다 명상적 서정이..

좋은시 2025.04.12

김소월 길

일제 강점기 하, 유랑의 길을 걸었던 우리 민족의 비애감을 형상화.길/김소월어제도 하룻밤나그네 집에까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웠소. 오늘은또 몇 십 리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들로 갈까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정주(定州) 곽산(郭山)차 가고 배 가는 곳이라오. 여보소, 공중에저 기러기공중에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보소, 공중에저 기러기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길이라도내게 바이 갈 길은 하나 없소. 🍒 ❄출처 :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매문사, 1925. 🍎 해설*바이: 전혀이 시는 목적지를 상실한 나그네의 비애를 소월 특유의 7,5조의 전통적 리듬과 소박하고 일상적 언어, 자문자답 형식의 대화체를 빌려 표현한 시이다. 날아다니는 새인 까마귀와 기..

좋은시 2025.04.09

고운 머슴 대길이

고운 머슴 대길이. 고운 시인의 민중시 중 성공작.머슴 대길이/고운새터 관전이네 머슴 대길이는상머슴으로누룩도야지 한 마리 번쩍 들어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그야말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밥때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이른 아침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리마 났지요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머슴방 등잔불 아래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그리하여 장화홍련전을 주룩주룩 비오듯 읽었지요어린아이 세상에 눈떴지요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더러는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요살구꽃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홑적삼 큰아기 따위에는 눈요기도 안하고지게작대기 뉘어 놓고 먼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우루루르..

좋은시 2025.04.05

김소월 산

김소월 산. 일제 식민지 시대를 정면에서 대응하지 못하는 시인의 고뇌.산/김소월산(山)새도 오리나무위에서 운다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영(嶺) 넘어 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나리네, 와서 덮이네.오늘도 하룻길칠팔십리돌아서서 육십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삼수갑산에 다시 불귀.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십오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산새도 오리나무위에서 운다.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 ❄출처 : 『개벽』 40호, 1923. 10,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RHK. 2020. 🍎 해설*시메 : 깊은 산골.*불귀(不歸) :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 고향을 그리워하며 낯선 타향에서 유랑의 길을 걷는 시인의 비애감을 표출하고 있다. 시인은 ..

좋은시 2025.04.03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요

내 마음은 호수요/김동명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노 저어 오오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옥같이 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오그대 저 문을 닫어주오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락에 떨며고요히 최후의 한 방울도 남김없이 타오리다 내 마음은 나그네요그대 피리를 불어 주오나는 달아래 귀를 기울이며호젓이 나의 밤을 새이오리다 내 마음은 낙엽이오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이제 바람이 일면나는 또 나그네같이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 ❄출처 : 1937년 6월 『조광』에 발표되었고, 1938년에 발간된 김동명의 제2시집 『파초』에 수록되었다. 🍎 해설이 시는 다양한 비유와 적절한 어조를 활용하여 사랑의 기쁨과 애닲음을 감미롭게 노래한 서정시다. 시인은 각 연에서 자신의 마음을 은유법을 활용하여 네 가지..

좋은시 2025.03.30

변영로 논개

변영로 논개, 언제나 감동을 주는 대표작인 항일시.논개/변영로거룩한 분노는종교보다도 깊고불붙는 정열은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그 물결 위에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그 마음 흘러라. 아리땁던 그 아미(蛾眉)높게 흔들리우며그 석류 속 같은 입술죽음을 입맞추었네.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그 물결 위에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그 마음 흘러라. 흐르는 강물은길이길이 푸르리니그대의 꽃다운 혼(魂)어이 아니 붉으랴. 아, 강낭콩 꽃보다도 더 푸른그 물결 위에양귀비 꽃보다도 더 붉은그 마음 흘러라. 🍒 ❄출처 : 변영로 시집, 『조선의마음』, 평문관. 1924. 🍎 해설변영로 시인이 일제 치하인 1922년 3월 《신생활》지에 발표한 이 시는 20년대 전반기 한국 항일시의 정상을 보여 주는..

좋은시 2025.03.2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