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소월 산

무명시인M 2025. 4. 3.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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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산.

김소월 산. 일제 식민지 시대를 정면에서 대응하지 못하는 시인의 고뇌.

/김소월

산(山)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영(嶺) 넘어 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나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리
돌아서서 육십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
 
❄출처 : 『개벽』 40호, 1923. 10, 김소월 시집, 『진달래꽃』, RHK. 2020.
 

🍎 해설

*시메 : 깊은 산골.
*불귀(不歸) :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뜻.
 
고향을 그리워하며 낯선 타향에서 유랑의 길을 걷는 시인의 비애감을 표출하고 있다. 시인은 자기와 비슷한 신세의 ‘오리나무 위의 산새’를 바라보며 산새와 일체화된다.
 
‘삼수갑산’을 그리워하나 ‘고개’로 인해 운다. ‘삼수갑산’을 떠나 눈길을 뚫고 ‘오늘도 하룻길 / 칠팔십 리’를 걸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그 곳을 향해 ‘육십 리’를 되돌아갈 뿐이다.
 
‘시메 산골’을 향한 새에게 놓여 있는 ‘영(嶺)’이나, ‘삼수갑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시인에게 놓여 있는 ‘고개’는 모두 욕망을 가로막는 것으로, 그 곳을 넘으려는 욕망으로 인해 그에게는 더욱 깊은 절망과 회한이 생긴다.
 
암울했던 식민지 시대를 정면에서 대응하지 못하고 체념과 정한의 눈물로 살다가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둔 시인 모습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소월 특유의 민요조 시적 리듬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영 넘어 갈라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나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리
돌아서서 육십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영 넘어 갈라고 그래서 울지.
불귀,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년 정분을 못 있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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