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영로 봄비. 서정성, 음악성이 출중한 항일시.
봄비
/변영로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아렴풋이 나는 지난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앞에 자지러지노라!
아, 찔림 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
❄출처 : 변영로 시집, 『조선의마음』, 평문관. 1924.
🍎 해설
변영로 시인이 일제 치하인 1922년 3월 《신생활》지에 발표한 이 시는 20년대 전반기 한국 서정시의 정상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서정적 가락과 민족애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항일정신의 작품으로 <논개>와 이 봄비가 있다.
시인은 봄비가 내리는 소리를 임이 부르는 소리로 착각하고 밖으로 뛰어나가지만, 임의 부재(不在)를 확인하고는 아쉬워하며,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애타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변영로 시인은 강렬한 민족의식을 감각적인 통찰로 빚어진 아름다운 정감과 그윽하고 부드러운 선율이라는 그릇에 담아 음악성과 서정성을 잘 융합하였다. 논개와는 다른 잔잔한 감동을 준다.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가쁜 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아,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나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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