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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 서늘함. 욕망이 낮고 작고 가벼워져야...
서늘함
/신달자
주소 하나 다는 데 큰 벽이 필요없다
지팡이 하나 세우는데 큰 뜰이 필요없다
마음 하나 세우는 데야
큰 방이 왜 필요한가
언 밥 한 그릇 녹이는 사이
쌀 한 톨만한 하루가 지나간다
❄출처 : 신달자 시집, 『북촌』, 민음사. 2016.
🍎 해설
늙으면 살던 집을 좁히고, 이고 지고 끼고 살던 것을 버리고, 일을 줄인다.
작아진 몸을 눕힐 주소 하나, 낮아진 몸을 의지할 지팡이 하나, 굼뜬 몸을 일으켜 세워줄 마음 하나, 주먹만 한 위를 채워줄 언 밥 한 그릇으로 삶이 압축된다.
우리네 인간에게 찾아오는 하루는 `쌀 한 톨`과 같다. 그러나 농부에게 쌀 한 톨은 전체이다. 전부를 추수한 것과 마찬가지이니. 고통이든 행복이든 하루를 잘 살면 인생을 잘 사는 것이다.
어디 노인들뿐이랴. 사랑이든 욕망이든 일상이든 낮고 작고 가벼워져야 크고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시다.
주소 하나 다는 데 큰 벽이 필요없다
지팡이 하나 세우는데 큰 뜰이 필요없다
마음 하나 세우는 데야
큰 방이 왜 필요한가
언 밥 한 그릇 녹이는 사이
쌀 한 톨만한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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