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이정록 저 많이 컸죠

무명시인M 2024. 12. 27.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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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저 많이 컸죠.

이정록 저 많이 컸죠. 성인의 마음도 움직이는 아름다운 동시.

저 많이 컸죠

/이정록

할머니는
싱크대가 자꾸 자라는 것 같다고 합니다
장롱도 키가 크는 것 같다고 허리 두드립니다
 
할머니 키가 작아져서 그래
말하려다가 이불을 펴 드렸습니다
허리가 꼬부라져서 그런거야
입술을 삐죽이다가, 싱크대 찬장
높은 칸에 놓인 그릇을
아래 칸에 내려놓았습니다
 
우리 손자 많이 컸다고
이제 아비만큼 자랐다고 웃습니다
쓰다듬기 좋게 얼른 머리를 숙입니다
 
❄출처 : 이정록 시집, 『저 많이 컸죠』, 창비, 2013.
 

🍎 해설

자꾸만 작아지는 할머니 키를 키우는 방법을 손자는 알고 있다. 싱크대에 올려진 그릇을 할머니 손에 잘 닿도록 낮은 곳으로 옮겨 놓는다.
 
우리 손자 많이 컸다고 이제 아비만큼 자랐다고 웃는다. 손자는 할머니가 쓰다듬기 좋게 얼른 머리를 숙인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의 마음도 움직이는 맑은 서정이 담겨 있다. 성인들도 가끔 동심의 세계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 그걸 일깨워 주는 시다.
 

할머니는
싱크대가 자꾸 자라는 것 같다고 합니다
장롱도 키가 크는 것 같다고 허리 두드립니다
 
할머니 키가 작아져서 그래
말하려다가 이불을 펴 드렸습니다
허리가 꼬부라져서 그런거야
입술을 삐죽이다가, 싱크대 찬장
높은 칸에 놓인 그릇을
아래 칸에 내려놓았습니다
 
우리 손자 많이 컸다고
이제 아비만큼 자랐다고 웃습니다
쓰다듬기 좋게 얼른 머리를 숙입니다

할머니는 싱크대가 자꾸 자라는 것 같다고 합니다
싱크대 찬장 높은 칸에 놓인 그릇을 아래 칸에 내려놓았습니다.
우리 손자 많이 컸다고 웃습니다
쓰다듬기 좋게 얼른 머리를 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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