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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옛집 마당에 꽃피다

무명시인M 2024. 12. 26.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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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옛집 마당에 꽃피다

김선태 옛집 마당에 꽃피다. 꽃은 세계를 변화시킨다.

옛집 마당에 꽃피다

/김선태

옛집 마당을 숨어서 들여다본다

 

누군가 빈집을 사들여 마당에 텃밭을 가꾸었나

온갖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울며 맨발로 뛰쳐나왔던 내 발자국 위에

울음꽃 대신 유채꽃 고추꽃 환하다

어머니 아버지 뒤엉켜 나뒹굴던 자리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깨꽃 메밀꽃 어우러졌다

 

불화의 기억 속으로 화해가 스민 것인가

 

가만히 귀 기울이니 식구들 웃음소리 들린다

폭력의 아버지도 눈물의 어머니도

뿔뿔이 흩어졌던 형제들도 모두들 돌아와

마당에 꽃으로 웃고 있다

 

슬며시 옛집 마당에 들어가 꽃으로 서본다

 

출처 : 김선태 시집, 그늘의 깊이, 문학동네. 2014.

 

🍎 해설

어릴 때 살던 옛집을 훔쳐 본다.

그 마당에 누가 가꾸었는지 옛날의 울음꽃 대신 유채꽃, 고추꽃, 메밀꽃이 피어 환하다. 과거의 불화는 녹아 사라지고 식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폭력의 아버지도 눈물의 어머니도 멀리 흩어졌던 형제들도 꽃으로 웃고 있는 마당이 되었다.

 

불화의 기억 속으로 화해가 스민 것인가, 꽃의 힘은 대단하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 꽃의 힘이다. 조그마한 마당이지만 가족을 위해 꽃을 심어야 하겠다.

 

옛집 마당을 숨어서 들여다본다

 

어머니 아버지 뒤엉켜 나뒹굴던 자리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깨꽃 메밀꽃 어우러졌다

 

불화의 기억 속으로 화해가 스민 것인가

 

가만히 귀 기울이니 식구들 웃음소리 들린다

폭력의 아버지도 눈물의 어머니도

뿔뿔이 흩어졌던 형제들도 모두들 돌아와

마당에 꽃으로 웃고 있다

 

슬며시 옛집 마당에 들어가 꽃으로 서본다

옛집 마당을 숨어서 들여다본다

누군가 마당에 텃밭을 가꾸었나
어머니 아버지 뒤엉켜 나뒹굴던 자리에도
뷸화의 기억 속으로 화해가 스민 것인가
식구들 웃음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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