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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 25

정현종 오 따뜻함이여

정현종 오 따뜻함이여. 군밤 한 봉지에서도 행복을 찾는다. 오 따뜻함이여 /정현종 군밤 한 봉지를 사서 가방에 넣어 버스를 타고 무릎 위에 놨는데,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갓 구운 군밤의 온기 - 순간 나는 마냥 행복해진다. 태양과 집과 화로와 정다움과 품과 그리고 나그네 길과 ....... 오, 모든 따뜻함이여 행복의 원천이여 🍒 ❄출처 : 정현종 시집, 『광휘의 속삭임』, 2008, 🍎 해설 강추위 속에서도 우리는 온기를 잃지는 않는다. 시인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군밤 한 봉지에서 기쁨을 느낀다. 태양과 집과 화로와 정다움과 품과 심지어 정처 없는 나그네길까지도. 작은 것으로도 넉넉한 줄 알면 곳곳에서 어느 때에나 따뜻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의 원천이 되는 따뜻한 것들, 작은 것들을 생각해..

좋은시 2024.02.05

이해인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봄이 오는 길목에서. 오늘 양력 2월 4일은 입춘이다. 봄이 오는 길목의 시작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 ❄출처 : 이해인 시집, 『기다리는 행복』, 샘터, 2017. 🍎 해설 오늘 양력 2월 4일은 입춘..

좋은시 2024.02.04

공광규 무량사 한 채

공광규 무량사 한 채. 아내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 있는 사랑.무량사 한 채 /공광규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주방에서 요리하고 화장실서 청소하고 거실에서 티비를 봅니다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은 목탁처럼 큰소리를 치다가도 아이들이 공부 잘하고 들어온 날은 맑은 풍경소리를 냅니다 나름대로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나무문살 꽃무늬단청 스치는 바람소리를 냅니다 🍒 ❄출처 : 공광규 시집, 『말똥 한덩이』, 실천문학사, 2008. 🍎 해설남편 누구나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

좋은시 2024.02.03

민병도 삶이란

민병도 삶이란. 삶이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삶이란/민병도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 ❄출처 : 민병도 시집, 『삶이란』, 목언예원, 2021. 🍎 해설“삶이란 무엇인가요? 성철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유명한 법어를 남겼다. 삶이란 무엇인가? 풀꽃에게 물었더니 ‘흔들리는 일’이라 한다. 물에게 물었더니 ‘흐르는 일’이라 한다. 산에게 물었더니 '견디는 일'이라 한다. 화가인 시인은 풀꽃, 물, 산이라는 한 폭의 수채화에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결국 우리는 흔들리며, 흐르며, 견디면서 살아 나가야 한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

짧은 시 2024.02.02

김종삼 나의 본적

김종삼 나의 본적. 나의 본적은 인류의 짚신이고 맨발이다. 나의 본적(本籍) /김종삼 나의 본적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 잎이다. 밟으면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 나의 본적은 거대한 계곡이다. 나무 잎새다. 나의 본적은 푸른 눈을 가진 한 여인의 영원히 맑은 거울이다. 나의 본적은 차원을 넘어 다니지 못하는 독수리다. 나의 본적은 몇 사람밖에 안 되는 고장 겨울이 온 교회당 한 모퉁이다. 나의 본적은 인류의 짚신이고 맨발이다. 🍒 ❄출처 : 김종삼 시집, 『김종삼 전집』, 나남, 2005. 🍎 해설 본적(本籍)은 호적이 있는 곳, 어떤 사람이 태어나고 살던 곳이다. 한 사람의 정체성, Identity다. 시인은 자신의 본적을 찾아 해멘다. 자신의 본적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 잎이었으나 밟으면 깨어지는..

좋은시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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