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종삼 나의 본적

무명시인M 2024. 2. 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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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나의 본적.

김종삼 나의 본적. 나의 본적은 인류의 짚신이고 맨발이다.

나의 본적(本籍)

/김종삼

나의 본적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 잎이다. 밟으면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

나의 본적은 거대한 계곡이다.

나무 잎새다.

나의 본적은 푸른 눈을 가진 한 여인의 영원히 맑은 거울이다.

 

나의 본적은 차원을 넘어 다니지 못하는 독수리다.

나의 본적은

몇 사람밖에 안 되는 고장

겨울이 온 교회당 한 모퉁이다.

 

나의 본적은 인류의 짚신이고 맨발이다. 🍒

 

출처 : 김종삼 시집, 김종삼 전집, 나남, 2005.

 

🍎 해설

본적(本籍)은 호적이 있는 곳, 어떤 사람이 태어나고 살던 곳이다. 한 사람의 정체성, Identity. 시인은 자신의 본적을 찾아 해멘다. 자신의 본적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 잎이었으나 밟으면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

 

한때는 거대한 계곡이기도 했으나 나무 잎새가 되고 말았다. 꿈꾸던 사랑의 맑은 거울이고 싶었으나 그 차원을 넘어 다니지 못하는 독수리에 머물렀다. 그리하여 지금, 작은 마을의 교회당 한 모퉁이에 이르렀다.

 

실패와 좌절 끝에 내가 얻고 찾은 것은 세상 가장 낮은 자리에서 인류에게 헌신하는 짚신과 맨발이다. 자비심, 연민, 긍휼의 정신은 가장 아름다운 삶이다.

 

김종삼 대시인의 인생 결론이 아름답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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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본적은 푸른 눈을 가진 한 여인의 영원히 맑은 거울이다.

나의 본적은 차원을 넘어 다니지 못하는 독수리다.

 

나의 본적은

몇 사람밖에 안 되는 고장

겨울이 온 교회당 한 모퉁이다.

 

나의 본적은 인류의 짚신이고 맨발이다.

나의 본적은 늦가을 햇볕 쪼이는 마른 잎이다. 밟으면 깨어지는 소리가 난다.
나의 본적은 차원을 넘어 다니지 못하는 독수리다.
몇 사람밖에 안 되는 고장 겨울이 온 교회당 한 모퉁이다.
나의 본적은 인류의 짚신이고 맨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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