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봄이 오는 길목에서. 오늘 양력 2월 4일은 입춘이다. 봄이 오는 길목의 시작이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
❄출처 : 이해인 시집, 『기다리는 행복』, 샘터, 2017.
🍎 해설
오늘 양력 2월 4일은 입춘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다. 보통 입춘을 지나 우수(양력 2월 19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다는 경칩(양력 3월 5일)까지를 ‘봄이 오는 길목’이라고 한다.
이해인 시인처럼 눈 밑의 푸른 보리와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을 보고 들으려고 노력해 보자. 얼마나 아름다운 노력인가?
봄은 내 마음에서 시작된다.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 아름다운 그 소리가 봄을 일으킨다고 한다.
엄동설한을 이겨내고 보란 듯이 앙상한 가지에 새순을 내는 나무처럼 희망의 꽃망울, 고마움의 꽃망울, 생동하는 꽃망울을 여러분의 가슴에 피워 올리시기 바란다. 오늘 입춘부터.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아침부터 우리 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음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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