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2월은 홀로 걷는 달. 설날이 다가온다. 이런 반성을 하면서...
2월은 홀로 걷는 달
/천양희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듯 밟으며 소리 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苦生門이란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걸었다 🍒
❄출처 : 천양희 시집,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창비, 2011.
🍎 해설
2월이다. 설날(구정)이 조금씩 다가온다. 홀로 걷는 달 2월에는 이런 반성이 필요할 듯하다.
2월에는 봄이 조금씩 시작된다. 시인의 제안처럼 가끔은 우두커니 서서 무릎 꿇어야 볼 수 있는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특히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어야겠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인생은 나그네길의 그 길인가 곱씹으며 걸어야겠다.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苦生門이란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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