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공광규 무량사 한 채

무명시인M 2024. 2. 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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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광규 무량사 한 채.

공광규 무량사 한 채. 아내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 있는 사랑.

무량사 한 채

/공광규

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마른 명태처럼 늙어가는 아내가
신혼 첫날처럼 얘기하는 것이 어처구니없어
나도 어처구니없게 그냥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주방에서 요리하고
화장실서 청소하고
거실에서 티비를 봅니다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은
목탁처럼 큰소리를 치다가도
아이들이 공부 잘하고 들어온 날은
맑은 풍경소리를 냅니다
나름대로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나무문살 꽃무늬단청 스치는 바람소리를 냅니다 🍒
 
❄출처 : 공광규 시집, 『말똥 한덩이』, 실천문학사, 2008.
 

🍎 해설

남편 누구나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는 질문을 아내로부터 몇 번씩은 받아보았을 것이다. ‘무량한 만큼’은 ‘하늘만큼 땅 만큼’이란 말의 좀 색다른 표현이다. 존경심이 묻어 있다.
 
아내는 절처럼 목탁이 되었다가 풍경이 되었다가 꽃살문 스치는 고운 바람소리처럼 많은 것을 감싸주는 사람이다.
 
그러한 아내를 ‘한 채의 절’, ‘무량사’로 부른 시인, 아내에 대한 존경심까지 묻어 있는 사랑이 무량사 절 안을 흐르는 산골물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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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무량이라니!
그날 이후 뼈와 살로 지은 낡은 무량사 한 채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은
목탁처럼 큰소리를 치다가도
 
나름대로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나무문살 꽃무늬단청 스치는 바람소리를 냅니다

오랜만에 아내를 안으려는데 '나 얼마만큼 사랑해'라고 묻습니다
'무량한 만큼'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내가 술 먹고 늦게 들어온 날은 목탁처럼 큰 소리를 치다가도
침대 위가 훈훈한 밤에는 대웅전 스치는 바람소리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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