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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 27

박광옥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박광옥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박광옥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가슴에 단백한 웃음으로 찾아와 세월을 안타까워하며 위안의 차 한 잔에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차가운 가을 밤바람 맞으며 그 곁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 줄줄 아는 사람 밤하늘에 별을 헤이며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짊어지고 길 떠나며 사색을 같이하여 작은 손잡아 줄 사람 지나간 추억 벗 삼으며 내일의 미래를 열어가는 내 영혼의 그림자 둘이 걷는 길, 동반자가 되어 줄 사람 문학文學을 사랑하며 다정한 마음의 편지를 써 줄 사람으로 인생의 예술을 이해 해 줄 수 있는 사람 가을을 닮아가는 사람 바닷가 파도와 갈매기 소리 그 화음을 들을 수 있..

좋은시 2023.10.31

서윤덕 짧은 시 땅

서윤덕 짧은 시 땅. 겸허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위트.땅/서윤덕모든것을 품고도 모든것 아래에 있는 가장 겸손한 그대 🍒 ❄출처:SNS/서윤덕 시인 Instagram@seo_yundeog 🍎 해설단 세 줄의 짤막한 구절로 땅의 겸손한 속성을 전하는 시인의 기지가 대단하다. 서윤덕 시인은 SNS 시인이지만 광고 카피라이터의 재능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듯하다. 롯데리아의 ‘니들이 게맛을 알아?’, 농심 너구리 라면의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와 같은 광고 카피는 아무나 창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너도나도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다 외면한 채 자기 잘난 맛,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만 몰두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겸손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경구와도 같은 짧은 시다. 시인의 정진을 기대한다.모든것을 품고도 모든..

짧은 시 2023.10.30

고두현 짧은 시 초행

고두현 짧은 시 초행. 짧고 아름다운 사랑시. 초행 /고두현 처음 아닌 길 어디 있던가 당신 만나러 가던 그날처럼. 🍒 ❄출처 : 고두현 시집, 『달의 뒷면을 보다』, 민음사, 2015. 🍎 해설 사랑은 초행길처럼 언제나 설레인다. 처음 아닌 길 어디 있던가. 짧고 아름다운 사랑시다. 사랑을 노래하는 시는 어느 때보다 많지만 누구에게나 사랑시로 읽히는 보편적인 언어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고두현 시인의 사랑시는 더 가치 있게 읽힌다. 2016년, 에쓰오일은 공덕동 본사 사옥 외벽에 이 시를 내걸었다. 차가운 외벽에 이 시가 따뜻한 이미지를 주었기 때문이리라. 처음 아닌 길 어디 있던가 당신 만나러 가던 그날처럼.

짧은 시 2023.10.29

백석 모닥불

백석 모닥불. 화합의 정신을 향토색 짙은 시어로 그려 낸 명시.모닥불/백석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시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하니도 뭉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 ❄출처 : 백석 시집, 『사슴』, 선광인쇄주식회사, 1936./ 백석 지음 이동순 편, 『백석 시전집』, 창작과비평사, 1988. 🍎 해설*새끼오리: 새끼줄 오라기 ,새끼올 *갓신창: 부서진 갓에서 나온, 말총으로 된 끈 *개니빠디: 개..

좋은시 2023.10.28

정진규 별

정진규 별. 풀 죽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시.별/정진규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별들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에게만 별들이 보인다 지금 어둠인 사람들만 별들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대낮인 사람들은 어둡다 🍒 ❄출처 : 정진규 시집,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문학세계사, 1990. 🍎 해설시인은 어둠 속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별의 저 밝음은 다름 아닌 어둠이 그 배경이 되었기 때문임을 발견한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벼락치듯 나를 전율시킨 감동의 시구다. 어둠과 같은 삶의 질곡 속에서도 별과 같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그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일깨워 준다. 우선 환한 대낮 같은 세상 대신에 지금 사방이 막..

좋은시 2023.10.27

오광수 짧은 시 가을 햇살

오광수 짧은 시 가을 햇살. 누군가가 등 뒤에서 안아주는 듯한 가을시.가을 햇살/오광수등 뒤에서 살짝 안는 이 누구신가요? 설레는 마음에 뒤돌아보니 산모퉁이 돌아온 가을햇살이 아슴아슴 남아있는 그 사람되어 단풍 조막손 내밀며 걷자 합니다. 🍒 ❄출처 : 오광수 시집,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 타임비 , 2015. 🍎 해설누군가가 등 뒤에서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가을시다. 햇살이 좋은 가을이다. 등 뒤에 뭔가 있는 것같은 가을이다. 단풍잎들이 우리의 발걸음을 숲으로 유인하고 있다. 숲이 아닌 도심에서라도 아슴아슴 남아있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혼자라도 걷자. 아니면 도란도란 벗과 함께, 가족과 함께 가을 산책을 하자. 등 뒤로 가을 햇살을 맞이하면서...등 뒤에서 살짝 안는 이 누구신가요? 설레는 마음..

짧은 시 2023.10.26

정지용 짧은 시 말 1

정지용 짧은 시 말 1.인간이 갖고 있는 원천적인 그리움과 말.말 1/정지용말아, 다락같은 말아, 너는 즘잔도 하다 마는 너는 웨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편인 말아, 검정 콩 푸렁 콩을 주마. 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데 달을 보며 잔다. 🍒 ❄출처 : 정지용 시집, 『정지용 전집 1: 시』, 민음사, 2016 .🍎 해설말과 대화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락같은 말이라고 한 것은 말의 키가 다락같이 높다는 뜻이다. 들판을 뛰어 다니는 말이 아니라 사람과 교감을 나누는 사람편인 말이다. 푸렁 콩을 주는 것은 희망을 주는 행위다. 푸렁 콩을 줌으로써 말로 하여금 힘껏 달려보게 하려는 것은 자신이 말처럼 어디론가 힘껏 달려가고 싶다는 자신의 희망이다. “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

짧은 시 2023.10.24

서정주 상리과원

서정주 상리과원. 서정주 시인의 시 세계를 압축하고 있는 우수작품. 상리과원(上里果園) /서정주 꽃밭은 그 향기만으로 볼진대 한강수나 낙동강 상류와도 같은 융륭한 흐름이다. 그러나 그 낱낱의 얼굴들로 볼진대 우리 조카딸년들이나 그 조카딸년들의 친구들의 웃음판과도 같은 굉장히 즐거운 웃음판이다. 세상에 이렇게도 타고난 기쁨을 찬란히 터뜨리는 몸뚱아리들이 또 어디 있는가. 더구나 서양에서 건너온 배나무의 어떤 것들은 머리나 가슴패기만이 아니라 배와 허리 다리, 발꿈치까지도 이쁜 꽃송아리들을 달았다. 맵새, 참새, 때까치, 꾀꼬리, 꾀꼬리 새끼들이 조석으로 왼종일 북치고 소고 치고 미짓굿 울리는 소리를 하고, 그래도 모자라는 놈은 더러 그 속에 묻혀 자기도 하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이것들을 사..

좋은시 2023.10.23

이해인 나뭇잎 러브레터

이해인 나뭇잎 러브레터. 나뭇잎 한 장으로 러브레터를 쓴다.나뭇잎 러브레터/이해인당신이 내게 주신 나뭇잎 한 장이 나의 가을을 사랑으로 물들입니다 나뭇잎에 들어 있는 바람과 햇빛과 별빛과 달빛의 이야기를 풀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한 장의 나뭇잎은 또 다른 당신과 나의 모습이지요? 이 가을엔 나도 나뭇잎 한 장으로 많은 벗들에게 고마움의 러브레터를 쓰겠습니다. 🍒 ❄출처 : 이해인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 마음산책, 2010. 🍎 해설가을은 감사의 계절이다. 발밑에 무심코 떨어진 나뭇잎은 당신이 주신 나뭇잎이다. "나뭇잎에 들어 있는 바람과 햇빛과 별빛과 달빛의 이야기를 풀어서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보고싶은 사람들에게 저 노란 은행 나뭇잎에 편지를 보내자. 이 좋은 가을이 가기 전에 ..

좋은시 2023.10.22

나태주 꽃이 되어 새가 되어

나태주 꽃이 되어 새가되어. 인생에 대한 깨달음. 꽃이 되어 새가 되어 /나태주 지고 가기 힘겨운 슬픔 있거든 꽃들에게 맡기고 부리기도 버거운 아픔 있거든 새들에게 맡긴다 날마다 하루해는 사람들을 비껴서 강물 되어 저만큼 멀어지지만 들판 가득 꽃들은 피어서 붉고 하늘가로 스치는 새들도 본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이 되어 새가 되어』, 문학사상사, 2014. 🍎 해설 이 시는 시인이 한때 장기간 병상에 누워 창작한 시중 하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시인은 생각한다. 사람이 꽃이 되고 새가 된다면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무거운 짐도 가벼운 짐도 홀가분하게 꽃에게 맡기고 새에게 맡겨버린다. 삶에 대한 깨달음과 해맑은 관조가 돋보이는 잊혀지지 않는 시다. 지고 가기 힘겨운 슬픔 있거든 꽃들에게..

좋은시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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