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백석 모닥불

무명시인M 2023. 10. 28.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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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모닥불.

백석 모닥불. 화합의 정신을 향토색 짙은 시어로 그려 낸 명시.

모닥불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랑잎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시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하니도
뭉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
 
❄출처 : 백석 시집, 『사슴』, 선광인쇄주식회사, 1936./ 백석 지음 이동순 편, 『백석 시전집』, 창작과비평사, 1988.
 

🍎 해설

*새끼오리: 새끼줄 오라기 ,새끼올
*갓신창: 부서진 갓에서 나온, 말총으로 된 끈
*개니빠디: 개의 이빨
*재당 : 한 집안의 최고 어른에 대한 존칭
*초시 : 초시에 합격한 사람으로 늙은 양반을 이르는 말.
*문장 : 門中에서 항렬과 나이가 제일 위인 사람
*갓사둔: 새사돈
*몽둥발이 : 딸려 있던 것이 다 떨어져 나가고 몸뚱아리만 남아 있는 모습. 이 시에서는 일가친척도 없는 외톨이 고아가 되었다는 사실을 뜻한다.
 
1988년, 백석 작품이 해금되고 이동순 교수가 창작과 비평사에서 『백석 시전집』을 펴 내자 백석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동순 교수는 이 시를 백석 작품 중에서 최고의 명시로 극찬하고 있다.
 
이 시는 우리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단합정신과 비극적 역사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하고 있다. 곤궁하지만 화합과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적 삶의 소중함을 짙은 향토색 어휘로 그려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것저것을 태우며 불을 쬐고 있다.
 
`짚검불', `가랑잎', `헝겊조각', `막대꼬치' 등 보잘 것 없는
것들이 모여 모닥불을 이루어 타고 있다.
 
더부살이 아이, 붓장시, 땜쟁이 등 모닥불을 쬐고 있는 사람들 역시 보잘 것 없는 처지들이다.
 
마지막연의 할아버지의 슬픈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상징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모두가 모닥불을 둘러싸고 모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며 보잘 것 없던 사물들이 모닥불로 타오르면서 보잘 것 없던 무리들을 온기로 묶는다.
 
모닥불 곁에 모여 끈질기게 살아 온 정겨운 우리의 공동체적 삶을 향토색이 짙은 어휘를 그대로 사용하여 그려낸 명시다.
 
일제 강점기에 백석 시인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핀 모닥불이 오늘도 다양한 우리 사회의 삶의 모양새를 끌어안고 화합을 향해 조용히 타오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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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시도 땜쟁이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쌍하니도
뭉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https://youtu.be/zCwITkMJIs4?si=_3MO_wg0yvEZ7-qt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타는 모닥불
붓장시도 땜쟁이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몽둥발이가 된 슬픈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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