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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 28

나태주 짧은 시 아름다움

나태주 짧은 시 아름다움. 오늘 여러분은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이었습니까? 아름다움 /나태주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은 아름답다 뿌리 내릴 곳에 뿌리 내린 나무는 아름답다 꽃필 때를 알아 피운 꽃은 아름답다 쓰일 곳에 쓰인 인간의 말 또한 아름답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하늘의 서쪽』, 토우, 1983. 🍎 해설 오늘도 자기성찰의 시간을 잠시 가져 볼까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까? 오늘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은 놓일 곳에 놓인 그릇이었습니까? 뿌리 내릴 곳에 뿌리 내린 나무였습니까? 꽃필 때를 알아 피운 꽃이었습니까? 특히 쓰일 곳에 쓰인 말만 하셨습니까? 말로 천냥 빚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쓰는 말이 당신의 아름다움의 원천입니다. 놓일 곳에..

짧은 시 2023.08.20

나태주 짧은 시 늦여름

나태주 짧은 시 늦여름. 올 여름엔 유난히 늦여름이 예쁘다.늦여름/나태주네가 예뻐서 지구가 예쁘다 네가 예뻐서 세상이 다 예쁘다 벗은 발 예쁜 발가락 그리고 눈썹 네가 예뻐서 나까지도 예쁘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 밥북, 2018. 🍎 해설올 여름은 유난히 뜨거웠다. 이상 폭염이 계속되고 온열환자도 많이 생겼다. 기후변화에 소홀히 대응한 인류에 대한 징벌일 것이다. 가을로 가는 길목인 늦여름이 그 어느 때보다도 기다려진다. 이 시는 가을로 가는 길목인 늦여름을 의인화해서 늦여름이 예쁘다고 노래한다. 늦여름이 예뻐 보이니까 지구가 예뻐 보이고 만물이 예뻐 보인다고 한다. 만물을 예쁘게 보면 나까지도 예쁘게 보이므로 만물을 예쁘게 보자는 시인의 시심이 느껴진다. 물론 시..

짧은 시 2023.08.18

박규리 짧은 시 죽 한 사발

박규리 짧은 시 죽 한 사발. 죽 한 사발이 되고 싶다. 죽 한 사발 /박규리 나도 언제쯤이면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다가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온몸으로 스밀 죽, 한 사발 되랴 🍒 ❄출처 : 박규리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 창비, 2004. 🍎 해설 죽과 같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는 사람이다. 결국 인고의 시간을 견디는 사람이다. 그런 참을성과 인고의 시간을 가져야만 그대 상처 깊은 그곳까지 스며들어 치유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사랑이란 인고다. 다 풀어져 흔적도 없이 흐르고 흐르는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래야만 죽 한 사발이 되어 그대 마음 깊은 그곳까지 스며들 수 있다. 🌹 박규리 시인 1995년 신경림 시인의 추천으로 『민족예술』에 「가구를 ..

짧은 시 2023.08.17

박준영 짧은 시 홍시

박준영 짧은 시 홍시. 홍시 하나가 떨어지는 것은...홍시/박준영툭! 가슴이 철렁 우주가 떨어진다 빠알간 햇홍시 하나 제 색깔 못 이겨, 그 우주 맛있게 통째로 삼키는 이 가을 🍒 ❄출처 : 박준영 시집, 『하루는 쿠키와 아메리카노다』, 시와세계, 2019. 🍎 해설홍시 하나가 잘 익어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 소리에 놀란다. 왜 우주가 떨어진다고 했을까? 햇홍시 하나를 익게 한 것은 우주의 몫이었다. 장마와 폭염을 견디게 한 우주의 힘과 우주의 축복이었다. 따라서 햇홍시 하나가 떨어지는 일은 우주가 통째로 떨어지는 일이다. 햇홍시, 즉 우주를 가을이 통째로 삼킨다. 가을은 우주가 하나의 잘 익은 과일이다. 곧 잘 익은 과일이 나오는 가을이다. 이번 가을엔 홍시 하나를 먹더라도 우주의 축복, 자연의 섭리..

짧은 시 2023.08.16

송경동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송경동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더 큰 희망의 출로가... 먼저 가는 것들은 없다 /송경동 몇 번이나 세월에게 속아보니 요령이 생긴다 내가 너무 오래 산 계절이라 생각될 때 그때가 가장 여린 초록 바늘귀만 한 출구도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매번 등 뒤에 다른 광야의 세계가 다가와 있었다 두 번 다시는 속지 말자 그만 생을 꺾어버리고 싶을 때 그때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보라는 여름의 시간 기회의 시간 사랑은 한 번도 늙은 채 오지 않고 단 하루가 남았더라도 우린 다시 진실해질 수 있다 🍒 ❄출처 : 송경동 시집,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창비, 2016. 🍎 해설 러시아의 시인 푸슈킨의 시에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는 유명한 시가 있다. 푸..

좋은시 2023.08.15

최종수 짧은 시 달처럼

최종수 짧은 시 달처럼. 어둠과 벗이 되어 보자.달처럼/최종수보름달은 어둠을 깨울 수 있지만 초승달은 어둠의 벗이 되어 줍니다. 🍒 ❄출처 : 최종수 시집, 『지독한 갈증』, 문학과경계사, 2002. 🍎 해설빛과 어둠을 생각해 본다. 먼저 역지사지로, 어둠의 입장이 되어 보자. 어둠에게는 위압적인 환한 큰빛(보름달)보다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희미한 작은 빛(초승달)이 훨씬 애틋할 수가 있다. 어둠에게는 초승달이 공감과 연민과 연대의 대상이다. 어둠을 깨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어둠과 함께 하는 벗 또한 절실하다. 조용히 이끌어 주는 동반자가 중요하다. 큰 것, 힘센 것, 환한 것만을 추구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조용히 던지는 시적 메시지다. 어둠과 벗이 되어 주려고 노력해 보자. 달처럼. 🌹 최종수 시..

짧은 시 2023.08.13

유안진 밥해주러 간다

유안진 밥해주러 간다. 모성의 거룩함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밥해주러 간다/유안진적신호로 바뀐 건널목을 허둥지둥 건너는 할머니 섰던 차량들 빵빵대며 지나가고 놀라 넘어진 할머니에게 성급한 하나가 목청껏 야단친다 나도 시방 중요한 일 땜에 급한 거여 주저앉은 채 당당한 할머니에게 할머니가 뭔 중요한 일 있느냐는 더 큰 목청에 취직 못한 막내 눔 밥해주는 거 자슥 밥 먹이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게 뭐여? 구경꾼들 표정 엄숙해진다. 🍒 ❄출처 : 유안진 시집, 『걸어서 에덴까지』, 중앙북스, 2012. 🍎 해설 이 세상에서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 그것은 가장 원시적인 굳센 힘이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모성의 사랑이 있을 뿐이다. '자식 밥..

좋은시 2023.08.12

정채봉 짧은 시 피천득

정채봉 짧은 시 피천득. 마음을 힐링해 주는 짧은 명시. 피천득/정채봉선생님, 제 마음은 상처가 아물 날이 없습니다. 정 선생, 내가 내 마음을 꺼내 보여 줄 수 없어서 그렇지 천사의 눈으로 내 마음을 본다면 누더기 마음입니다. 🍒 ❄출처 : 정채봉 시집,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샘터, 2006. 🍎 해설살다보면 모종의 일이나 타인의 언행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이 하루에도 한 두번이 아닐 것이다. 제 아무리 잘 살아왔다고 한들 천사의 눈으로 보면 인간의 마음은 이리 깁고 저리 깁은 상처투성이의 누더기 마음이다. 그대 오늘도 그 어려운 고비, 그 참을 수 없는 상처의 순간! 잘 견디었다. 그게 최선이었다. 그게 인생이다. 마음의 상처에 이리 대처하고 저리 대처하면서 생긴 그대의 누더기..

짧은 시 2023.08.11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울음이 타는 가을강. 한국적 한을 노래한 유명한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 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 🍒 ❄출처 : 박재삼 시집, 『춘향이 마음』, 신구문화사, 1962. 🍎 해설 이 시는 꽤 유명한 서정시다. 이 시는 제삿날을 맞아 큰집이 있는 고향을 찾아가다가 노을에 젖은 가을 강을 바라보며 슬픈 사랑의 ..

좋은시 2023.08.10

이성부 짧은 시 길 아닌 곳에 들다

이성부 짧은 시 길 아닌 곳에 들다. 산악인들의 필수 암송시. 길 아닌 곳에 들다 /이성부 수북이 잠자는 낙엽들 뒤흔들어 깨워놓고 가는 내 발걸음 송구스럽다 놀라지들 말거라 나도 이파리 하나 슬픔을 아는 미물일 따름이니 🍒 ❄출처 : 이성부 시집, 『도둑 산길』, 책만드는집, 2010. 🍎 해설 이성부 시인은 ‘산’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가진 시인이었다. '산'에 대한 시인의 특별한 애착으로 산행에만 몰두했던 때가 있었다. 이 시는 산길을 오르면서 얻게 된 깨달음, 즉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한 깨달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시인은 산행 도중에 산길의 길 아닌 곳에 들어 낙엽을 밟고 걷게 되었다. 시인은 자신이 밟고 가는 이파리 하나에도 기쁘고 슬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세상에는 슬픔을 ..

짧은 시 20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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