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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 28

이남일 짝사랑

이남일 짝사랑.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제1화로 소개된 시. 짝사랑 /이남일 어쩌다 내 이름을 불러 준 그 목소리를 나는 문득 사랑하였다. 그 몸짓 하나에 들뜬 꿈 속 더딘 밤을 새우고 그 미소만으로 환상의 미래를 떠돌다 그 향기가 내 곁을 스치며 사랑한다고 말했을 때 나는 그만 햇살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 ❄출처 : 이남일 시집, 『고향이 그리운 건』, 시와사람, 2003. 🍎 해설 짝사랑 그 시절은 정말 아름다웠던 시절이다. 누구에게나 짝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다. 쿵하고 무엇이 내려앉는 소리가 난다. 무엇이 부서지는 듯하다. 이 시는 ‘나는 그만 햇살처럼 부서지고 말았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 시에는 짝사랑에 관한 그 어떤 순박한 시적 고뇌가 숨어 있다. 그래서 좋다. 이 시는 tv..

좋은시 2023.08.31

안도현 짧은 시 나그네

안도현 짧은 시 나그네. 자신의 삶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시.나그네/안도현그대에게 가는 길이 세상에 있나 해서 길따라 나섰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없는 그리움이 나에게는 힘이 되어 내 스스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갑니다 ❄출처 : 안도현 시집, 『그대에게 가고싶다』, 푸른숲, 1991. 🍎 해설시인은 ‘그대에게 가는 길이 세상에 있다해서 길따라 나섰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대를 찾아 길을 걷게 하는 힘은 ‘끝없는 그리움’이라고 노래한다. 끝없는 그리움이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다가 만나는 희망일 수도 있고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기대감일 수도 있다. 시인이 전교조 해직교사로서의 쓰라린 경험을 한 후에 쓴 시라서 약간의 정치적 메타포어가 숨..

짧은 시 2023.08.30

하금주 짧은 시 만남1

하금주 짧은 시 만남1. tvN 드라마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제3화의 시. 만남1 /하금주 인생이 추울 때 너를 만나 나를 꽃으로 대해준 네가 고맙다 ​많이 밟힌 여정 한번도 주목 받지 못한 시선 너를 만남으로 나를 새롭게 만난다 ​인생이 추울 때 너를 만나 나를 꽃으로 대해준 네가 고맙다 🍒 ❄출처 : 하금주 시집, 『언제나 너를 위로해 줄게』, 문예운동사, 2012. 🍎 해설 ​자신이 아주 힘들 때, 누군가 나를 꽃으로 대해 준 사람, 많이 밟힌 내 여정을 이겨낼 수 있게 해 준 사람. 그 사람만큼 고마운 사람이 있을까. 내가 힘들고 추울 때 누군가 나를 그렇게 대해 주길 바라지만 반대로 내가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꽃으로 대할 수 있게 노력도 하라는 자기성찰의 시다. 이 시는 tvN에서 2018년에 방영..

짧은 시 2023.08.29

장만영 달· 포도· 잎사귀

장만영 달· 포도· 잎사귀. 디자인과 이미지가 뚜렷한 유명한 서정시. 달· 포도· 잎사귀 /장만영 순이 벌레 우는 고풍한 뜰에 달빛이 밀물처럼 밀려왔구나 달은 나의 뜰에 고요히 앉아 있다 달은 과일보다 향그럽다 동해 바다 물처럼 푸른 가을 밤 포도는 달빛이 스며 고웁다 포도는 달빛을 머금고 익는다 순이 포도 덩굴 밑에 어린 잎새들이 달빛에 젖어 호젓하구나. 🍒 ❄출처 : 장만영, 『장만영 전집』, 국학자료원, 2014. 🍎 해설 장만영 시인(1914~1975)은 전원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우수 서정시인이다. 이 시는 시인의 대표작 중 하나다. 마치 한 폭의 움직이는 그림을 보는 듯하다. 디자인과 이미지가 뚜렷하다. 고풍스러운 뜰, 밀물처럼 밀려와 앉아있는 달빛, 포도는 그 달빛을 머..

좋은시 2023.08.28

정호승 짧은 시 여름밤

정호승 짧은 시 여름밤. 동화같이 예쁜 시. 여름밤 /정호승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밤엔 상추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 🍒 ❄출처 : 정호승 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열림원, 2002. 🍎 해설 어머니는 누구에게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시인은 “살아가기 힘들 때마다 어머니의 합죽한 미소를 떠올린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여름밤 어머니와 마당의 평상에 앉아 달과 별을 바라보며 함께 음식을 먹는다. 사랑하는 어머니는 안타깝게도 이미 하늘나라로 떠나신 듯 하다. 어머니를 그리면서 상추쌈에 달과 별을 싸서 어머니에게 드린다는 동화같이 예쁜 여름밤의 시다.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밤엔 상추잎에 ..

짧은 시 2023.08.27

나태주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나태주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서툰 것만이 사랑이라고 한다.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나태주 서툴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어제 보고 오늘 보아도 서툴고 새로운 너의 얼굴 낯설지 않은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금방 듣고 또 들어도 낯설고 새로운 너의 목소리 어디서 이 사람을 보았던가...... 이 목소리 들었던가...... 서툰 것만이 사랑이다 낯선 것만이 사랑이다 오늘도 너는 내 앞에서 다시 한 번 태어나고 오늘도 나는 네 앞에서 다시 한 번 죽는다. 🍒 ❄출처 : 나태주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지혜, 2020. 🍎 해설 볼 때마다 새롭고 만날 때마다 반가운 사람. 그 사람만 생각하면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이 있다면, 늘 보는 얼굴이라 해도 처음 본 듯 낯설고 서툴러진다면 그 사람을..

좋은시 2023.08.26

김지하 절, 그 언저리

김지하 절, 그 언저리. 궁극적인 시대정신을 갈구한다. 절, 그 언저리 /김지하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쓸쓸한 익살 달마達摩 안에 한매寒梅의 외로운 예언 앞에 바람의 항구 서너 촉 풍란風蘭 곁에도 있다 맨끝엔 반드시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 풍류가 살풋 숨어 있다 깊숙이 빛 우러러 절하며. 🍒 ❄출처 : 김지하 시집, 『절, 그 언저리』, 창비, 2003. 🍎 해설 저항시인 김지하는 2000년대 초, 통도사로 백양사로 또 이름없는 절로. 스님을 만나고 한매(寒梅)도 만났다. 그리고 절 언저리 어느 곳에 그가 남겨놓은 삶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았고. 사상탐험을 했다. 절을 돌며 쓴 시집이 ‘절, 그 언저리’였다. 이 시집은 공초문학상 2003년 수상작품이고 이 시는 그 시집의 표제시다. 이 시..

좋은시 2023.08.25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사랑과 이별, 사랑시로 유명한 작품.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이토록 서로 그리워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그리워하였기에 이토록 서로 사랑하고 있느냐. 사랑이 가난한 사람들이 등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 풀은 시들고 꽃은 지는데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이토록 서로 별빛마다 빛나느냐.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이토록 새벽을 흔들어 깨우느냐. 해 뜨기 전에 가장 추워하는 그대를 위하여 저문 바닷가로 홀로 사랑의 모닥불을 피우는 그대를 위하여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 ❄출처 : 정호승 시집, 『서울의 예수』, 민음사, 1982. 🍎 해설 이 작..

좋은시 2023.08.24

서정주 광화문

서정주 광화문. 광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상징 건축물. 광화문 /서정주 북악과 삼각이 형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것을 보고 가다가 형의 어깨뒤에 얼골을 들고있는 누이처럼 서있는것을 보고 가다가 어느새인지 광화문앞에 다다렀다. 광화문은 차라리 한채의 소슬한 종교. 조선사람은 흔이 그 머리로부터 왼몸에 사무쳐 오는 빛을 마침내 버선코에서까지도 떠받들어야 할 마련이지만, 왼하늘에 넘쳐흐르는 푸른 광명을 광화문 - 저같이 으젓이 그 날갯죽지 위에 싣고 있는자도 드물다. 상하양층의 지붕위에 그득히 그득히 고이는 하늘. 위층엣것은 드디어 치일치일 넘쳐라도 흐르지만, 지붕과 지붕사이에는 신방같은 다락이 있어 아래층엣것은 그리로 왼통 넘나들 마련이다. 옥같이 고우신이 그 다락에 하늘 모아 사시라 함이렸다. 고..

좋은시 202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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