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노천명 가을날

무명시인M 2023. 9. 10.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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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가을날.

노천명 가을날. 소박한 서정정의 가을시.

 가을날

/노천명

겹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산산한 기운을 머금고

드높아진 하늘은 비로 쓴 듯이 깨끗한

맑고도 고요한 아침

 

예저기 흩어져 촉촉이 젖은

낙엽을 소리 없이 밟으며

허리띠 같은가을날

/노천명 길을 내놓고

풀밭에 들어 거닐어 보다

 

끊일락 다시 이어지는 벌레 소리

애연히 넘어가는 마디마디엔

제철의 아픔을 깃들였다

 

곱게 물든 단풍 한잎 따 들고

이슬에 젖은 치맛자락 휩싸 쥐며 돌아서니

머언데 기차 소리가 맑다 🍒

 

출처 : 노천명 시집, 사슴의 노래, 스타북스, 2020.

 

🍎 해설

*애연히: ‘구름이나 안개 따위가 짙게 낀 상태를 말한다. 끊일락 다시 이어지는 풀벌레 울음이 안개처럼 자욱하다는 뜻이다.

정겨운 가을시다. 젖은 낙엽을 소리 없이 밟으며 외길로 이어진 산길을 걷는다. 그때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쓸쓸한 가을의 서정을 느끼게 한다. ‘곱게 물든 단풍 한 잎을 따 들고가을 숲속을 걷는데 치맛자락이 이슬에 젖었다. 그때 기차 소리가 아득하게 들린다.

 

맑고 깨끗하게 다가오는 가을날 아침, 그 기적 소리 들으며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가고 싶게 만든다.

 

엄혹한 시대를 독신으로 살았던 노천명 시인의 시에는 주로 개인적인 고독과 슬픔의 정서가 부드럽게 표현되고 있으며, 전통 문화와 농촌의 정서가 어우러진 소박한 서정성과 현실에 초연함이 녹아 있다. 이 시도 과장이 없고 소박한 서정성이 잔잔하게 녹아있는 아름다운 가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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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산산한 기운을 머금고

드높아진 하늘은 비로 쓴 듯이 깨끗한

맑고도 고요한 아침

 

곱게 물든 단풍 한잎 따 들고

이슬에 젖은 치맛자락 휩싸 쥐며 돌아서니

머언데 기차 소리가 맑다

드높아진 하늘은 비로  쓴듯이 깨끗한 맑고도 고요한 아침
허리띠 같은 길을 내놓고 풀밭에 들어 거닐어 보다
곱게 물든 단풍잎 따 들고 이슬에 젖은 치맛자락 휩싸 쥐며 돌아서니
머언데 기차소리가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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