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무명시인M 2023. 9. 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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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을볕에 내 젖은 마음도 말린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 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비춰오는 살아온 날들을 🍒
 
❄출처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나눔문화,
https://www.nanum.com/site/poet_sum/4603774
 

🍎 해설

붉게 익은 고추를 따서 마당에 널어놓는다. 뜨거운 가을볕 아래 고추는 노란 씨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흰 빨래가 눈부시다. 투명한 고추, 흰 빨래를 보며 자신을 돌아본다. 한때의 슬픔과 상처 난 욕망이 보인다. 살아온 날들이 고추가 투명한 속씨앗을 보이듯 다 보인다.
 
이 시의 하일라이트는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이다. 명구절이다.
 
잘 알다시피 박노해 시인은 변했다고 한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않겠다”며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복권됐으나 국가보상금을 거부했다. 그는 세계 분쟁지역을 순방하는 사진작가가 되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어찌 박노해 시인만이 지난 날의 슬픔이나 상처난 욕망을 갖고 있겠는가. 나도 이번 봄, 여름에 겪은 내 슬픔이나 상처난 욕망, 그리고 나도 모르게 축축히 젖은 내 마음을 가을볕에 빨래와 함께 말려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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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높푸른 하늘에 내 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비춰오는 살아온 날들을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높푸른 하늘에 내 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욕망을, 투명하게 비춰오는 살아온 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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