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반칠환 한평생

무명시인M 2023. 9. 11.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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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칠환 한평생.

반칠환 한평생. 후회없는 삶을 살라.

한평생

/반칠환

요 앞, 시궁창에서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점심때 사춘기를 지나고, 오후에 짝을 만나,
저녁에 결혼했으며, 자정에 새끼를 쳤고,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미루나무 밑에서 날개를 얻어 칠일을 산 늙은 매미가 말했다.
득음도 있었고 지음이 있었다.
꼬박 이레동안 노래를 불렀으나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도 미뤄 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래도 미뤄 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쁜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 평생이다. 🍒
 
❄출처 : 반칠환 시집,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람』, 시와시학사, 2001.
 

🍎 해설

유머러스한 디자인이지만 뭔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시다. 하루를 살았건 천 년을 살았건 한평생이다. 하루살이는 하루살이대로 매미는 매미대로 거북이는 거북이대로 모두가 후회 없는 삶인데 유독 인간만이 후회를 남기며 산다.
 
사람은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있어도 즐기지 못하고 모두 다음으로 미룬다. 모든 좋은 일은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뿐 숨만 남는다고 한다.
 
후회없는 삶을 살자. 쾌락주의로 하루하루를 보내라는 뜻은 아니다. 알프레드 디 수자의 힐링시,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Live, like today is the last day to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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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새벽이 오자 천천히 해진 날개를 접으며 외쳤다.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춤출 일 있으면 내일도 미뤄 두고,
노래할 일 있으면 모래도 미뤄 두고,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면 하마고 미뤘더니 가쁜 숨만 남았구나.
 
그 즈음 어느 바닷가에선 천 년을 산 거북이가
느릿느릿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 평생이다.

오전에 부화한 하루살이는 춤추며 왔다가 춤추며 가노라.
칠일을 산 매미가 말했다. 한 번도 나뭇잎들이 박수를 아낀 적은 없었다.
칠십을 산 노인이 중얼거렸다. 모든 좋은 일이 좋은 날 오며 하마고 미뤘더니.
천년을 산 거북이가 천 년째 걸어가고 있었다. 모두 한 평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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