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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미 기차표 운동화. 한 초등학생이 운동회날 받은 잊을 수 없는 운동화.
기차표 운동화
/안현미
원주시민회관서 은행원에게
시집가던 날 언니는
스무 해 정성스레 가꾸던 뒤란 꽃밭의
다알리아처럼 눈이 부시게 고왔지요
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시민회관 창틀에 매달려 눈물을 떨구던 내게
가을 운동회 날 꼭 오마고 약속했지만
단풍이 흐드러지고 청군 백군 깃발이 휘날려도
끝내, 다녀가지 못하고
인편에 보내준 기차표 운동화만
먼지를 뒤집어쓴 채 토닥토닥
집으로 돌아온 가을 운동회날
언니 따라 시집가버린
뒤란 꽃밭엔
금방 울음을 토할 것 같은
고추들만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지요. 🍒
❄출처 : 안현미 시집, 『곰곰』, 걷는사람, 2018.
🍎 해설
한 초등학교 어린이는 엄마가 서울로 돈 벌러 가서 언니 밑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학생이 제일 기다리는 것 중 하나가 가을 운동회 날이다. 그날 엄마가 없으면 언니 앞에서 60미터 달리기 시합을 해 보고 싶었다.
그런 언니도 시집 가버렸다. 가을 운동회를 앞두고 언니가 보내준 기차표 운동화. 평생 신을 어떤 구두도 그 운동화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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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돈 벌러 간 엄마 대신
초등학교 입학식 날 함께 갔던 언니는
가을 운동회 날 꼭 오마고 약속했지만
끝내, 다녀가지 못하고
인편에 보내준 기차표 운동화만
언니 따라 시집가버린
뒤란 꽃밭엔
금방 울음을 토할 것 같은
고추들만 빨갛게 익어가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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