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박남수 소곡

무명시인M 2023. 4.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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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수 소곡

소곡(小曲)

/박남수

구름 흘러가면

뒤에 남는 것이 없어 좋다.

짓고 허물고, 결국은

푸른 하늘뿐이어서 좋다.

 

한 행의 시구

읽고 나면 부담이 없어서 좋다.

쓰고 지우고, 결국은

흰 여백뿐이어서 좋다.

 

평범한 사람

남기는 유산이 없어서 좋다.

벌고 쓰고, 결국은

돌아가 흙뿐이어서 좋다. 🍒

 

출처 : 박남수 시집, 박남수 전집, 한양대학교출판부, 1998.

 

🍎 해설

시인들이 좋아하는 명시다. 짤막하면서도 평범한 서민들의 삶을 압축해 놓았다.

 

박남수 시인(1918~1994)은 가족들을 미리 미국으로 보내놓고, 국내에서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다가 구하지 못하고 1975년 가족들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살았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하여 낯선 땅에 살면서도 민족시를 통해 삶의 의미와 가치를 획득하려고 부단히 노력한 시인으로 이미지의 조형성(造形性)과 현대적 지성을 바탕으로 한 주지적 서정시를 창작하였다.

 

구름 흘러가면

뒤에 남는 것이 없어 좋다.

짓고 허물고, 결국은

푸른 하늘뿐이어서 좋다.

 

평범한 사람

남기는 유산이 없어서 좋다.

벌고 쓰고, 결국은

돌아가 흙뿐이어서 좋다.

구름 흘러가면 뒤에 남는 것이 없어 좋다.
짓고 허물고, 결국은 푸른 하늘뿐이어서 좋다.
평범한 사람 남기는 유산이 없어서 좋다.
벌고 쓰고, 결국은 돌아가 흙뿐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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