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신석정 좋은 시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무명시인M 2022. 4. 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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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좋은 시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Source: www. pexels. com

신석정 좋은 시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상향을 노래한 대표적인 목가시.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신석정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그 새 새끼들은 어둠과 함께 돌아온다 합니다

 

언덕에서는 우리의 어린 양들이 낡은 녹색 침대에 누워서

남은 햇볕을 즐기느라고 돌아오지 않고

조용한 호수 위에는 이제야 저녁 안개가 자욱이 내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늙은 산의 고요히 명상하는 얼굴이 멀어 가지 않고

머언 숲에서는 밤이 끌고 오는 그 검은 치맛자락이

발길에 스치는 발자욱 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멀리 있는 기인 둑을 거쳐서 들려오는 물결 소리도

차츰차츰 멀어 갑니다.

그것은 늦은 가을부터

우리 전원을 방문하는 까마귀들이

바람을 데리고 멀리 가 버린 까닭이겠습니다.

시방 어머니의 등에서는 어머니의 콧노래 섞인

자장가를 듣고 싶어 하는 애기의 잠덧이 있습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이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까? 🍒

 

출처 : 신석정 시집, 촛불, 범우사, 2004.

 

🍎 해설

고요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이상향을 노래한 자연 친화적 목가시다. 자연을 절대적 가치를 지닌 이상적 모델로 삼아 자연에 대한 동경과 동일화의 소망을 형상화하였다. 이상향의 여러 자연의 표상들과 생명의 요람인 어머니의 이미지가 결합되면서 공동체적 삶 속에서 추구하는 평화로운 세계가 묘사되었다.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를 보면 저녁이 오고 있고, 시인은 그 어둠을 밝히려는 어머니의 촛불 시도를 자꾸 저지한다. 그 이유는 지는 해가 섭섭해하기 때문이고, 새들이 아직 푸른 하늘을 날고 있기 때문이고, 이제야 안개가 내려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 저녁을 계속 지연시키고 싶어한다. 이제 작은 별이 뜨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머니에게 촛불을 켤 때가 아니라고 계속 부탁한다. 저녁이 가져다 주는 아련함을 더 느껴보기 위해서 어머니에게 아직 촛불을 켜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시인의 둥글고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 나태주 시인 시평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이 거친 말씨를 사용하면서 산다.

직접 화법으로 말하고 있다.

에둘러 말할 줄도 모른다.

그런 걸 이런 시를 읽어보면 대번 알게 된다.

저 우아한 말을 보라.

저 경어체 문장 앞에 우리도 공손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정다워지지 않고 어쩔 것이냐.

시의 효능과 힘이 애당초 거기에 있었던 것이다.

출처 : 나태주 편저, 시가 인생을 가르쳐 준다, 앤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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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이제야 저 숲 너머 하늘에

작은 별이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까?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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