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문정희 좋은 시 아침 이슬

무명시인M 2022. 4. 22. 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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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좋은 시 아침 이슬. Source: www. pixabay. com

문정희 좋은 시 아침 이슬. 아침 이슬은 밤 새워 만들어낸 고뇌의 결정체다.

아침 이슬

/문정희

지난밤 무슨 생각을 굴리고 굴려

아침 풀잎 위에

이렇듯 영롱한 한 방울의 은유로 태어났을까

 

고뇌였을까, 별빛 같은

슬픔의 살이며 뼈인 생명 한 알

누가 이리도 둥근 것을 낳았을까

고통은 원래 부드럽고 차가운 것은 아닐까

 

사랑은

짧은 절정, 숨소리 하나 스미지 못하는

순간의 보석

 

밤새 홀로 걸어와

무슨 말을 전하려고

아침 풀잎 위에

이렇듯 맑고 위태한 시간을 머금고 있는가 🍒

 

출처 : 문정희 시집, 나는 문이다, 민음사 , 2016.

 

🍎 해설

김민기 작사 작곡 양희은 노래의 아침이슬은 유명하다.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보낸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은 밤 새워 만들어낸 고뇌의 결정체다. 짧은 절정, 숨소리 하나 스미지 못하는 순간의 보석이다. 참으로 맑고 위태한 시간을 잠시 머금고 있는 아침 이슬이다.

 

풀잎에 맺힌 이슬은 해가 나면 바로 없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인생에 비유해 초로인생(草露人生)이라고도 했다. 이 시는 허무주의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아침 이슬처럼 맑고 영롱하게 살아보자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 장석남 시인의 해설

초가을의 등굣길에서는 고무신의 발과 발목이 다 젖어 찌걱찌걱 소리가 났습니다. 오솔길가의 풀잎 이슬 때문이었습니다만 굳이 까닭을 더 대자면 가난 때문이기도 했지요. 그렇긴 했어도 눈높이 저편 언덕 위 풀잎들은 '밤새 홀로' '걸어온' 이슬방울의 무게로 둥그렇게 반원으로 휘어서 한껏 맑고 예뻤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것은 질문이기도 했지요. 답을 요구하지는 않는 질문, 답을 추궁하지 않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어여쁨과 그에 어린 안타까움에 대하여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요. 고통스럽게 견딘 여름의 '은유'일지 모릅니다.

 

'영롱한' '순간의 보석' 안에 제 이름자를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알곡을 익히려 내리는 햇빛 한 자락이 한눈 한번 파는 것만으로도 슬며시 집어 갈 이름자들. 하나 현현(顯現)만으로도 제 몫을 다한 '아침 이슬'입니다. 오는 추석 아침 성묘길의 이슬방울에 눈이슬 보태 선고(先考)의 모습을 얹어보겠습니다.

- 장석남 시인, 언론 기고문(2019)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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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무슨 생각을 굴리고 굴려

아침 풀잎 위에

이렇듯 영롱한 한 방울의 은유로 태어났을까

 

밤새 홀로 걸어와

무슨 말을 전하려고

아침 풀잎 위에

이렇듯 맑고 위태한 시간을 머금고 있는가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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