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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좋은 시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무명시인M 2022. 4. 2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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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좋은 시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Source: www. pixabay. com

장정일 좋은 시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인스탄트 사랑,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라디오와 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장정일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 속 버튼을 눌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

 

출처 : 장정일 시집, 길 안에서의 택시잡기, 민음사, 1988.

 

🍎 해설

이 시는 김춘수의 명시 꽃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김춘수의 꽃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은 몸짓도 이름을 불러 준다면 꽃이 되듯이 무의미한 존재도 진지한 관계 형성을 통해 유의미한 존재가 된다고 노래하였다.

 

장정일 시인은 이 패러다임이 오늘날에도 감동을 줄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시인은 현대인들이 라디오처럼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고 풍자한다. 사랑 자체를 일회적으로 소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현대 사회의 인스턴트 사랑의 풍조를 비판하고 있다.

 

이는 인스턴트 라디오 단추 사랑에 대한 칭송이 아니라 진지한 클래식 사랑을 갈망해 보자는 강력한 반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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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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