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백석 명시 여승

무명시인M 2021. 11. 3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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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명시 여승. Souurce: www. pixabay. com

백석 명시 여승. 백석 시인의 명시 중 하나다. 슬프지만 희망을 준다.

여승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출처 : 백석, 여승, 백석 시집 사슴, 자가본(自家本: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밯행), 1936.

 

🍎 해설

가지취: 취나물

금점판: 금광 일터

섶벌: 재래종 일벌

마당귀: 마당의 한 귀퉁이

머리오리: 머리카락위 가늘고 긴 가닥

 

이 시는 일단 한 편의 장편소설과 같은 플로트를 갖고 있다.

일제 강점기, 평안도 어느 깊은 산 작은 금광(금점판)이다. 돈 벌러 나가서 십여 년 넘게 돌아오지 않는 남편, 어린 딸 아이는 배고프다고 보채고, 옥수수라도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여인은 배고픈 딸 아이를 때리면서 가을바람처럼 서글프게 운다. 그렇게 배고프다고 울던 딸아이는 홀로 차가운 돌무덤에 묻혀 있고, 지금도 돌무덤 주변에는 엄마가 보고 싶은 딸아이가 도라지꽃으로 하얗게 흐드러져 있다.

여인은 머리를 깎고 세상의 인연을 끊는 여승이 된다. 삭발하는 날, 산절의 마당 한 귀퉁이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졌다. 산꿩도 슬피 울었다.

 

일제의 수탈과 가족공동체 파괴의 비극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한 명시다. 시인의 절제된 시어들과 스토리는 비극성을 더 증폭시켜 준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처럼 이 시의 서정성은 감탄할만 하다.

 

여승은 슬프고 가련한 일제 강점기의 조선 여인의 모습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한 줄기 빛이고 희망으로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백석 시인의 창조적 시정신에 감동을 받을 뿐이다.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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