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헌액 명시

윤동주 명시 자화상

무명시인M 2021. 11. 8.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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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명시 자화상. Photo Source: www. pexels. com

윤동주 명시 자화상. 윤동주 시인의 3대 명시 중 하나다. 국민 애송시다.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출처 : 윤동주, 자화상, 1939년 연세대 교지 문우(文友)에 발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정음사, 1955.

 

🍎 해설

사나이는 세 차례 우물로 찾아 간다. 미움, 가엾음, 그리움의 세 가지 감정적 변화가 교차한다. 우물에 비친 아름다운 자연은 한 사나이의 초라한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자신의 모습을 미워한 사나이는 우물을 떠나 버린다. 자신을 성찰하는 작업을 그만두려 한 것이다. 그러나 곧 그런 자신의 모습에 연민을 품는다. 그래서 다시 우물을 들여다 보고 다시 미워져서 돌아서다가는, 그런 자신을 그리워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사나이는 괴로워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우물 속의 아름다운 배경을 묘사하고 그 곳에 사나이가 추억처럼 있다고 했다. , 일제 강점기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자 하는 의지와 책임감을 조용히 다짐하고 있다.

 

이 시는 윤동주의 다른 시들처럼 이 시를 관통하는 정서는 부끄러움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불우한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치열하게 내적으로 갈등하는 모습을 고백하고 있다.

 

어두운 한 시대를 한 점 부끄럼이 없이 살아가기를 소망하면서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윤동주 시인. 이 시는 자신의 인간적인 삶에 대해 끊임없이 치열한 내적 성찰을 했던 시적 고뇌를 아름답게 형상화한 명시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육필 원고(원고 말미에 1939년 9월이라고 쓰여 있다).
Photo Source: www. pexels.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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