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좋은 시 가을 사랑.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이 가을에는 사랑을 하자.
가을 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 부는
저녁 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출처 : 도종환, 가을 사랑, 다시 피는 꽃, 현대문학북스, 2001.
🍎 해설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지만 사랑과 그리움의 계절이기도 하다.
시인은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로 사랑과 그리움의 화두를 꺼낸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인줄 알면서도 어쩌면 다시 만날 수도 있는 아침을 기다리며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겠다고 노래한다.
과장이 없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명시 가을날의 기도문 분위기를 느낀다. 그리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면 비통할터인데 워즈워드의 명시 무지개와 같은 희망과 청춘의 박동을 느낀다. 아름다운 서정시다.
이 가을에는 사랑을 하자. 가을 햇살처럼. 억새처럼...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도현 좋은 시 구월이 오면 (0) | 2021.09.05 |
---|---|
나태주 좋은 시 대숲 아래서 (0) | 2021.09.04 |
조병화 좋은 시 가을 (0) | 2021.08.31 |
김지하 좋은 시 타는 목마름으로 (0) | 2021.08.26 |
류시화 좋은 시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0) | 2021.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