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좋은 시 구월이 오면. 갈등과 대립을 벗어나 상생과 화합을 이루는 풍경이 있다.
구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구월이 오면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겨가는 것을
그 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을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구월의 강가를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 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 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출처 : 안도현, 구월이 오면, 그대에게 가고 싶다, 푸른숲, 1991.
🍎 해설
가을이다. 구월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겨 간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세상을 만들라는 풍경이다.
구월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준다.’ 그 숨결 덕분에 들꽃도 피어나고 가을도 아름다워진다. 상생과 화합의 세상을 향한 메시지다.
구월이 왔다.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 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조용히 성찰해 보자. 그리운 사람들, 아는 분들과 강변에 함께 나가 가을 햇살 한줌이라도 서로 나누어 갖기로 하자.
구월의 강가를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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