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좋은 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화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시다.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 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 소리 호르락 소리 문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 소리
신음 소리 통곡 소리 탄식 소리 그 속에서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
❄출처 : 김지하, 타는 목마름으로(1975), 김지하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 창작과 비평사, 1982.
🍎 해설
2차대전 후 개발도상국 중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이 시는 1960~1970년대의 민주화운동 시기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갈망하던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시다.
반민주주의적인 사회현실에 대해 흐느끼는듯 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분노를 끓어오르게 만든 시다.
민주주의를 '너'로 의인화시켜 내재적 리듬을 형성하면서 감정을 점층적으로 고조시켜 간 점이 정치 삐라가 되는 것을 막아 주었다.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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