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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형수 좋은 시 해바라기의 비명

무명시인M 2021. 8. 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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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형수 좋은 시 해바라기의 비명.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함형수 좋은 시 해바라기의 비명. 나의 무덤 앞에는 묘비명을 세우지 말라.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

 

출처 : 193611월 시인 동인지 <시인부락> 창간호에 실린 작품

* 제목의 비명(碑銘) : 묘비명

 

🍎 해설

함형수(19141946) 는 일제 강점기의 시인이다. 33세의 나이에 요절한 불우한 시인이다. 23세의 청년 함형수는 22세의 청년 서정주와 함께 서울의 한 여관에 기거하면서 함께 시를 썼던 적도 있다. 그들은 시인 동인지 시인부락을 만들었다. 이 시는 그 시인부락 창간호에 실린 작품이다.

 

생전에 시 17편을 남겼다. 가난해서 노동자 숙박소 등을 전전했고  생활고 속에서 반 고호와 비슷한 병으로 별세했다. 일반 독자들은 잘 모르지만 시인들은 함형수 시인과 이 시를 아주 좋아한다.

'청년화가 L을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시에는 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열정적인 삶, 죽음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반 고호의 유명한 걸작 해바라기가 중심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극심한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불타는 예술혼에 대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해바라기의 노란색과 보리밭의 푸른색을 매치업 시켜 싱싱한 생명력과 삶에 대한 의지를 강렬하게 나타내고 있다.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의 꿈과 자유를 달라고 외친다.

 

묘비명을 말하는 사람은 요절한 화가 L로 되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인 자신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은 우리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암울했던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외친 함형수 시인의 부탁은 어떤 의미에서는 오늘도 살아 있다.

우리들의 마음에 노오란 해바라기가 자라고 푸른 보리밭이 끝없이 출렁이고 종달새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게 하자. 역경에 처해서도 자유 정신과 생명에 대한 의지를 잊지말자.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달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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