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김용택 좋은 시 사랑

무명시인M 2021. 5. 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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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좋은 시 사랑.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김영택 좋은 시 사랑. 사랑의 아픔에 대하여 노래한 좋은 시.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 데 없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야겠지요.

그래도 마음의 아픔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계절이 옮겨가고 있듯이

제 마음도 어디론가 옮겨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의 끝에서 희망의 파란 봄이

우리 몰래 우리 세상에 오듯이

우리들의 보리들이 새파래지고

어디선가 또

새 풀이 돋겠지요.

이제 생각해보면

당신도 이 세상 하고많은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당신과 만남으로 하여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이 모두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고맙게 배웠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길가에 풀꽃 하나만 봐도

당신으로 이어지던 날들과

당신의 어깨에

내 머리를 얹던 어느 날

잔잔한 바다로 지는 해와 함께

우리둘인 참 좋았습니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서 임의로 연 구분을 하였음.

출처 : 김용택, 사랑, 맑은 날, 창작사, 1986.

 

🍎 해설

김용택 시인은 사랑시를 많이 쓴다. 그는 "사랑 시는 절절하고 절실하고 고통스러운, 우리 삶의 핵심이지만 정작 시인들은 쓰기를 꺼리는 것 같다""하지만 나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정서를 전하는 게 시라면 그 정서 가운데 연애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가장 중요한 시가 사랑 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랑시는 상당히 길다. 사랑 중에서도 제일 어려운 대목인 이별의 아픔에 대해서 노래했다.

당신을 잊으려 노력한

지난 몇 개월 동안

아픔은 컸으나

참된 아픔으로

세상이 더 넓어져

세상만사가 다 보이고

사람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다 이뻐보이고

소중하게 다가오며

내가 많이도

세상을 살아낸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이별의 아픔을 겪은 자는 성숙이라는 선물을 받는다고 노래한다.

 

이 봄은 따로따로 봄이겠지요

그러나 다 내 조국 산천의 아픈

한 봄입니다.

행복하시길 빕니다.

안녕

담담한 마음으로 애인을 보낸다.

 

🌹 사랑의 아픔에 대한 김용택 시인의 말

사랑의 아픔 안에서 늘 사람은 더 커다란 사랑의 모습들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랑을 통해 세상을 얻는 것이고. 사랑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르게 보이잖아요? 이건 개개인에게 있어서 '혁명'이지요. 어제의 것들이 오늘 새롭게 보이는 거고, 종교적으로 보면 이건 부활, 사랑은 곧 '부활'이지요, 그런 면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은 위대한 거지요

 

사랑으로부터 아픔과 상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이것들을 이겨낼 때 너무 교과서적인 말이지만 사랑의 아픈 상처가 더 큰 사랑으로 인도하는 나의 삶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최대한 할 수 있는 데로 정성을 다해 사랑을 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 김용택 시인의 인터뷰 중에서 발췌.

 

당신의 마음을

애틋이 사랑하듯

사람사는 세상을

사랑합니다.

Photo Source: www. pixabay.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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