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좋은 시 연애. 누구나 연애 경험은 있다.
연애
/안도현
연애 시절
그때가 좋았는가
들녘에서도 바닷가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이 세상에 오직 두 사람만 있던 시절
사시사철 바라보는 곳마다 진달래 붉게 피고
비가 왔다 하면 억수비
눈이 내렸다 하면 폭설
오도가도 못하고, 가만 있지는 더욱 못하고
길거리에서 찻집에서 자취방에서
쓸쓸하고 높던 연애
그때가 좋았는가
연애 시절아, 너를 부르다가
나는 등짝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
무릇 연애란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기에
문득 문득 사람이 사람을 벗어버리고
아아, 어린 늑대가 되어 마음을 숨기고
여우가 되어 꼬리를 숨기고
바람 부는 곳에서 오랜 동안 흑흑 울고 싶은 것이기에
연애 시절아, 그날은 가도
두 사람은 남아 있다
우리가 서로 주고 싶은 것이 많아서
오늘도 밤하늘에는 별이 뜬다
연애 시절아, 그것 봐라
사랑은 쓰러진 그리움이 아니라
시사각각 다가오는 증기기관차 아니냐
그리하여 우리 살아 있을 동안
삶이란 끝끝내 연애 아니냐
❄출처 : 안도현, 연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안도현 시집, 문학동네, 2004.
🍎 해설
연애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이 시의 첫째 연의 달콤함을 누구나 경험한다.
이윽고 둘째 연에서처럼 착잡해진 추억만이 남는다. 그러나 시인은 서로에게 주고 싶은 것이 많아 밤하늘에 별이 뜬다고 노래한다.
시인의 마지막 결론이 장엄하다. 그러므로 사랑은 쓰러진 그리움이 아니라 시시각각 다가오는 증기기관차이며 연애 감정은 새로운 삶의 기차를 달리게 만든다. 우리 삶 자체가 연애다.
아!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이라 하더라도, 나는 사랑에게 증기기관차처럼 달려가리라.
사랑은 쓰러진 그리움이 아니라
시사각각 다가오는 증기기관차 아니냐
그리하여 우리 살아 있을 동안
삶이란 끝끝내 연애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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