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이해인 좋은 시 살아 있는 날은

무명시인M 2021. 4. 30. 05:02
728x90
반응형

이해인 좋은 시 살아 있는 날은. Photo Source : www.unsplash. com

이해인 좋은 시 살아 있는 날은.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향기로운 연필로 일기를 쓰고 싶지 않으십니까.

살아 있는 날은

/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출처 : 이해인, 살아있는 날은, 시집 내 혼에 불을 놓아, 분도출판사, 1989.

 

🍎 해설

특별한 기교없이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한 표현으로 일반인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시다.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면서 단정하고 정직한 자세로 헌신적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과장없이 노래하고 있다. 살아 있는 날을 의미있게 보내겠다는 경건한 분위기이지만 뭔가 마음에 와 닿는다.

 

장석주 시인은 말한다. “평이하고 담백하고 소박한 시어들로 표현하는 이해인 시인의 시들은 거짓이라고는 조금도 섞이지 않은 순수함, 거기에 응축된 진실과 열화 같은 사랑으로 조화롭게 실이 엮여져서 세속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울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Photo Source : www.unsplash. com
Photo Source : www.unsplash. com

반응형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은 좋은 시 성묘  (0) 2021.05.03
기형도 좋은 시 빈집  (0) 2021.05.02
고재종 좋은 시 날랜 사랑  (0) 2021.04.29
고재종 좋은 시 첫사랑  (0) 2021.04.27
천양희 좋은 시 단추를 채우면서  (0) 2021.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