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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종 좋은 시 첫사랑.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첫사랑.
첫사랑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분분 난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 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출처 : 고재종, 첫사랑. 시집 쪽빛 문장, 문학과지성사, 2004.
🍎 해설
계산이 깔린 사랑은 첫사랑이 아니다. 첫사랑은 인내와 헌신의 소산이다. 시인은 봄이면 일어나는 자연현상 속에서 눈과 나무의 순수한 첫사랑 이야기를 관찰한다.
나뭇가지를 향한 눈의 사랑은 봄이 오면서 끝난다. 그 흔적도 없다. 그러나 나뭇가지는 그 사랑을 기억하고 눈꽃을 맺었던 그 덴 상처에 꽃을 피워낸다. 눈의 헌신적인 사랑을 통해 나뭇가지와 눈꽃은 성숙한 사랑을 이룬다. 이게 첫사랑이다. 당신의 첫사랑에는 한 번 덴 자리가 있는가?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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